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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나눔 그 이상의 선물

우리는 흔히 헌혈을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헌혈로 구한 혈액은 환자 치료부터 의약품 개발 제조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나는 외과 의사로 일하는 동안 이름 모를 누군가 기꺼이 내어준 혈액 덕분에 환자들이 생명을 되찾는 모습을 숱하게 보았다.

그런데 헌혈의 가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꽃이 벌에게 꿀을 내어주는 순간 꽃에서도 수분이라는 생명의 순환이 이어지는 것처럼, 헌혈은 헌혈자 자신에게도 큰 혜택을 가져다준다. 이것은 헌혈이 헌혈자에게 되돌려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헌혈자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헌혈 희망자는 헌혈 전에 기본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건강을 확인한다. 헌혈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고, 혹시라도 건강상 유의할 점이 있다면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편,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이들은 헌혈에 적합하도록 건강 관리에 노력하게 되는데, 그 자체로 건강한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 헌혈자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다. 직장, 학교, 가정에서 헌혈을 하고 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면 이 말에 분명 공감할 것이다. 헌혈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선한 영향력은 헌혈자를 그가 속한 사회 속에서 더욱 환영받는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셋째, 헌혈자가 헌혈 뒤 느끼는 보람이다. 기부란 원래 받는 사람 못지않게 주는 사람에게도 기쁨이다. 하물며 생명을 기부하는 헌혈 후에 느껴지는 만족감은 그 어디에도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 그것도 무려 생명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되었다는 자긍심은 헌혈자로 하여금 충만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처럼 헌혈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행위를 넘어서, 헌혈자 자신에게도 건강과 기쁨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마침 연제구청에서는 2월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구청사 옆 헌혈 버스에서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과 함께 ‘직원 및 구민 헌혈의 날’을 진행한다. ‘직원 및 구민 헌혈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구청장, 구의원부터 구청 신입 직원에 이르기까지 헌혈을 마치고 나오면서 환호하고 손뼉을 마주치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물론 구청 직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축제에 함께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하여 헌혈이 주는 선물들을 한 아름 받아 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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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4년 2월 26일 연제구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1 저는 의사이자 작가로서 건강, 인문학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와 꾸준하게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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