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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상식적인가

우리는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두고 곧잘 비상식적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는 ‘나는 상식적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나는 상식적인데 왜 너는 그렇게 비상식적인가’라는 말이다.

‘상식적’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상식을 영어로 하면 ‘common sense’이다. 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통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내가 이 사회의 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통념을 따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둔 요즘, 자신과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을 두고 어찌 그런 비상식적인 생각에 빠져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지지율이 50%를 넘는 후보는 없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던 이 사회를 구성하는 절반 이상과 다른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걸 ‘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통념’이라는 상식의 의미에 적용한다면 우리들 각자는 사실 비상식적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우리 가운데 어느 누가 ‘나는 상식적이고 너는 비상식적이다’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비상식적이면서 타인에게 비상식적이라고 하는 건 조금 염치없는 태도가 아닐까.

물론 다수가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다수가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이 상식적이라고 섣불리 말하기에는 이 사회에는 너무도 다양한 견해가 공존한다.

타인에게 비상식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잠깐 멈춰서 나 자신은 과연 상식적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너도 나처럼 비상식적이구나.’라는 일종의 동질감 같은 것을 확인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바라건대, 이번 대선에는 나 자신이 비상식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가장 널리 퍼진 상식이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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