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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다루는 방법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수많은 걱정거리를 마주한다.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지금 다니는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큰돈 들여서 시작한 사업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바빠서 운동도 못 하는데 이러다 건강을 잃지는 않을지, 아이가 별 탈 없이 잘 클 수 있을지. 각자가 놓인 상황만큼이나 다양한 걱정거리를 갖고 산다.

이 걱정의 뿌리는 결국 ‘불행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가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말이다. 이 두려움으로 비롯된 걱정들을 적절히 풀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쌓이고 쌓여서 급기야 삶 전체가 우울감에 짓눌리게 된다.

<타이탄의 도구들 원제 : Tools of Titans>의 저자로 잘 알려진 작가 팀 페리스Timothy Ferriss는, 그 오래전 스토아 학파의 가르침이 매 순간 두려움에서 비롯된 걱정들을 마주하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팀 페리스는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과연 잘 될 수 있을지 몰라서 두렵다면, 다음과 같은 3가지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첫째, 최악의 상황을 예상한다. 스토아 학파에는 ‘최악 상황 예상하기premeditatio malorum‘라는 훈련법이 있다. 말 그대로 앞으로 벌어질 상황 가운데 가장 나쁜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훈련은 ‘정의하기define‘, ‘예방하기prevent‘, ‘수정하기repair‘의 더 작은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정의하기’는 무엇이 두려운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두려운지 알 수 없다면 그것에 대해 대비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방하기’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조처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수정하기’는 무엇이 두려운지 알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일이 잘못되었을 때 이를 바로잡는 것을 뜻한다.

둘째, 시도나 부분적인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살다 보면 모든 일이 항상 계획대로 완벽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실패도 드물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모두가 완전히 검은색이나 흰색이 아니라 그 중간의 어딘가에 위치한 회색이다. 그러므로 완벽하지 않은 성공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 “여정이 곧 보상이다. 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처럼, 목표 달성 여부보다 그 과정에서 더 큰 배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셋째, 하지 않았을 경우에 치러야 할 비용을 따져본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인데 두려워서 접는다면 여기에는 치러야 할 두 가지 비용이 있다. 성공했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과 시도나 부분적인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배움을 놓치는 것이다.

비용이 꼭 손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후회도 비용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서 고연봉을 받으며 일하던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1994년에 아마존Amazon.com, Inc.을 창업한다. 인터넷을 통한 책 판매라는, 당시에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 안정된 직장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그는 의외로 큰 고민 없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후회 최소화’라는 사고방식으로 이를 설명한다. 80살이 되어 인생을 되돌아볼 때 어떻게 하면 후회를 최소로 줄일까 생각하는 게 ‘후회 최소화’의 요점이다. 그는 당시에 인터넷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리라 확신했고, 설사 아마존이 실패한다고 해도 훗날 80살이 되어서 돌아보았을 때 그 도전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편, 그에게도 단 하나 후회할 것이 확실해 보이는 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마존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었다.

요컨대, 팀 페리스는 무언가 정말로 하고 싶은데,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서 두렵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두려움의 실체를 파악하여 이를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고, 결과를 떠나서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며, 원하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 잃게 될 것들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기에 바람직한 삶이라면 마땅히 따라야 할 원칙이 있다. 이제껏 주변에서 그리고 스스로가 끊임없이 이 원칙을 우리 머릿속에 주입해왔다. 바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물론 목표는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목표 그 자체보다, 우리의 눈을 가리는 두려움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스토아 학파의 핵심 사상은 ‘불행은 결코 우리의 행복을 감소시킬 수 없다’이다. 스토아 철학은 불행을 이기는 철학이다. 불행을 이긴다는 건 결국 두려움의 실체를 드러내서 직면하고 이에 압도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고대 로마 시대의 정치가이자 스토아 학파 사상가인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실제보다 상상에 의해 더 많이 고통받는다.”
“We suffer more often in imagination than in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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