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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기억력 저하는 뇌의 적응 과정이다

출산 후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경험담은 많은 엄마들에게 낯설지 않다. 최근 한 유명인이 장바구니를 두고 나갔거나 카드 결제를 깜빡한 일을 소개하며 “아기를 낳으면 뇌도 낳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육아로 인한 변화에 당혹감을 느끼는 모습은 공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기사에서 사용한 ‘뇌 실종’이라는 표현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이런 자극적인 단어는 출산 후 여성의 뇌 기능이 마치 망가진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기 쉽다. 특히 과학적 근거 없이 유명인의 사례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일반화하는 보도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출산 전후 여성의 뇌에서는 실제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난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급격한 변화는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해마에도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뇌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들은 출산 후 뇌 구조가 아기의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바뀐다는 점을 보여준다. 뇌가 새로운 역할에 맞춰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이를 ‘신경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기억력 저하는 호르몬 변화 외에도 수면 부족, 스트레스, 정서적 불안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다. 특히 육아 초기의 불규칙한 생활 패턴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리기 쉽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회복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을 병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다. 출산과 육아는 뇌 기능의 손실이 아니라 재조정의 시간이다. 꾸준한 수면, 영양, 운동, 인지 활동 등을 통해 기억력과 집중력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출산 후 기억력 저하는 ‘뇌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뇌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중’이다. 이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엄마들에게 더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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