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단풍이 서서히 지고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11월은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선 계절입니다. 이 시기는 한 해가 저물어가는 아쉬움 속에서도 나들이와 여행을 계획하기 좋은 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절의 낭만을 즐기는 길 위에서도 우리 몸은 알게 모르게 부담을 감당해야 합니다. 먼 길을 떠나려다 보면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면 허리와 관절 부담이 쌓이고, 통증이나 뻐근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앉은 자세에서 요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약 1.5배 높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해지면 압력은 두 배 이상 치솟아 손상 위험이 커집니다. 관절 연골 역시 움직임이 줄면 관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마찰이 커지고 미세한 손상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장거리 이동에서 생기는 불편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척추와 관절 구조에 직접적인 부담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지금부터 이런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여행을 이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좌석에서 지켜야 할 척추 중립 자세
허리 건강을 지키는 기본은 척추의 중립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중립 자세란 척추가 원래 가진 S자 곡선을 자연스럽게 살린 상태를 말합니다. 고속버스 좌석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에 붙이고 허리를 곧게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쿠션이나 접은 겉옷을 허리 뒤에 받치면 허리 아래쪽이 앞으로 살짝 굽은 형태, 즉 요추 전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에서는 요추 디스크 압력이 최대 190%까지 증가하지만, 등을 등받이에 밀착해 곡선을 유지하면 약 100~120%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다리를 꼬거나 몸을 비스듬히 기대는 습관은 골반을 비틀어 디스크에 불균형한 압력을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좌석 공간이 좁더라도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려는 작은 노력이 여행 후 통증을 예방하는 실질적인 방법이 됩니다.
정차 시간에는 ‘역동적 스트레칭’
고속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할 때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면 허리와 관절에 쌓인 긴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스트레칭은 몸을 길게 늘여 정지된 자세를 유지하는 방식인데, 장거리 이동 뒤에는 오히려 ‘역동적 스트레칭’이 더 적합합니다. 역동적 스트레칭은 근육과 관절을 반복해서 움직이며 긴장을 풀어 주는 방법으로, 혈류를 회복시키고 관절액 순환을 촉진합니다.
제자리에서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가 펴거나, 상체를 좌우로 비트는 동작은 관절이 다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5분간의 역동적 스트레칭은 단순 정적 스트레칭보다 하지 혈류량을 약 20% 더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좌석에 앉으면 ‘발목 펌프 운동’
휴게소에서 몸을 풀었다 해도 다시 좌석에 앉으면 몇 시간 동안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이때 몸을 가만히 두면 허리와 관절은 또다시 압박을 받고, 혈액순환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좁은 좌석 안에서도 가능한 움직임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목 펌프 운동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발끝을 천천히 몸쪽으로 당겼다가 다시 앞으로 뻗는 동작을 10회 반복해 보세요. 종아리 근육이 펌프처럼 작용해 정체된 혈액을 심장으로 밀어 올리며, 다리 저림과 붓기를 예방합니다. 이어서 허벅지 근육을 5초간 단단히 조였다가 풀어주는 동작을 5회 반복하면, 허리와 다리 전체의 혈류가 회복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런 움직임만으로 하지 혈류가 15~20%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짐을 다룰 때 지켜야 할 기본 동작
장거리 여행에서는 무거운 가방을 들거나 좌석 위 선반에 올려야 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이때 허리를 굽힌 채 갑자기 들어 올리면 요추 디스크에 순간적으로 큰 압력이 집중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상체를 앞으로 숙여 20kg의 짐을 들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체중의 7~8배에 달합니다. 잘못된 동작 하나가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곧게 세운 상태에서 물건을 들어야 합니다. 힘은 허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서 나와야 합니다. 좌석 위 선반에 짐을 올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짐을 몸 가까이에 붙여 들고, 팔을 곧게 뻗기보다는 상체를 선반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가 무게를 분산시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본 동작만 지켜도 허리와 관절이 받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여행의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려면
늦가을의 여행은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즐거운 여행에는 언제나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요.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기 몸을 돌보는 일입니다. 여행의 행복한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려면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돌보는 지혜가 여행의 여운을 더욱 깊고 오래 남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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