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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흐름 속의 흔적

한 순간을 포착하려 해도 시간은 이미 흘러가 버린다. 시계의 초침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사이에도 우리는 과거가 된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느낀다. 아침 공기의 선명한 차가움, 한낮의 태양이 이마에 남긴 뜨거운 자국, 저녁노을이 길게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흔적을 본다.

물리학에서 시간은 공간과 함께 엮인 차원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다르게 흐르고, 강한 중력 속에서 느려진다. 그러나 인간에게 시간은 수학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며 감각이다. 어린 시절의 여름 방학은 끝없는 나날 같지만, 성인이 되어 맞이하는 하루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짧다. 시간의 속도는 마음이 결정한다.

역사는 시간을 기록한 흔적이다. 벽화와 점토판에서 시작해 디지털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기록된 것은 순간일 뿐이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어떤 장면은 선명하게 남지만, 어떤 순간은 희미해진다. 기억의 시간은 일직선이 아니다. 향기 하나가 수십 년 전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오래된 노래 한 곡이 잊고 있던 감정을 되살린다.

시간은 창조의 원천이기도 하다. 음악은 시간 위에 놓인 예술이다. 리듬과 멜로디는 시간을 타고 흐른다. 영화와 소설도 마찬가지다. 플롯이 진행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심지어 회화조차도 시간의 일부를 포착하려는 시도다. 예술은 시간을 담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기념할 수 있다. 축제, 기념일, 의식(儀式)은 시간을 의미로 채우려는 인간의 노력이다.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따라 새해를 맞이하고, 계절의 변화를 축하한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긍정한다.

결국 시간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우리는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성장하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 그 과정에서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시간은 우리를 지나치지만, 동시에 우리 안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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