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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콩만 먹으면 탈모를 막을 수 있을까

‘검은콩을 꾸준히 먹으면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력적이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먹으면 나이 들어서도 풍성한 머리카락을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주장은 과학적 검증보다 소비자의 기대심리에 먼저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기사에서는 검은콩이 시스테인을 많이 포함하고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해 탈모를 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예컨대 흑태 추출물의 두피 바름 효과를 다룬 연구는 단 1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대조군도 없는 수준의 예비 실험에 그쳤다1. 이 정도 데이터로 식품의 탈모 예방 효과를 일반화하는 것은 과학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소플라본이나 안토시아닌 같은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 성분의 생화학적 특성과 실제 인체 내 작용 간에는 많은 간극이 있다. 특히 탈모처럼 유전적·호르몬적 요인이 큰 질환은 단일 식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20대부터 검은콩을 먹으면 탈모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의 조언은 지나친 단순화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식품 기사들이 공장에서 만든 제품보다 자연식이 낫다는 식의 이분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식품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판단을 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감성적 선호에 맡기는 셈이다. 식품의 기능성을 평가할 때는 제조 방식보다 성분의 함량, 흡수율, 임상적 근거가 더 중요하다. ‘자연 그대로’라는 말만으로 건강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이 건강 기사를 쓸 때는 정보의 전달뿐 아니라 정보의 질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특히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라면, 학술적 근거와 임상적 신뢰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검은콩이 좋은 식품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특정 건강 효과와 연결짓기 위해서는 훨씬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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