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병은 언제, 어디서든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그 시작은 한 통의 신고, 한 사람의 증상일 수 있지만, 그 여파는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현장의 초기 대응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바로 그 대응을 맡고 있는 이들이 보건소 실무자들이다.
이번 강의는 부산광역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2025년 지자체 감염병 대응 실무자 교육’이었다. 공식 명칭 FETP-F는 Field Epidemiology Training Program–Frontline의 줄임말로, 감염병 발생 시 가장 먼저 대응하는 일선 보건소 실무자들을 위한 역학조사 실무 교육과정이다. 법정감염병의 개념부터 감시체계, 신고와 분류, 그리고 실제 역학조사의 흐름까지—실무자가 감염병 대응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전반적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강의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법정감염병의 정의와 분류, 감시 체계와 대응 단계, 그리고 역학조사의 기본 원리를 살펴보았다. 특히 감염병 발생 시 ‘사람, 시간, 장소’라는 3요소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2부에서는 OX 퀴즈와 문제 기반 학습(PBL)을 통해 실무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컨대 “감염병 환자에게 역학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는가?”, “증상이 경미한 학생을 즉시 귀가 조치해야 하는가?”와 같은 실제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법적·행정적 근거와 설득 방식을 함께 모색했다.
이번 강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나 또한 보건소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지역에서 온 실무자들과 마주 앉아 서로의 현장 경험을 공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실감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감염병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그 물음에 조금 더 단단하게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한 이번 교육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감염병과 싸우는 실무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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