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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면

과일은 껍질째 먹으면 좋다는 게 상식이다. 껍질에 좋은 영양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과일을 먹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껍질에 영양소가 많다는 상식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과일을 먹을 때가 되면 그렇게 하기가 망설여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나 껍질에 남아있는 살충제를 먹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심지어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히 씻은 후에도 그 찝찝한 기분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과일을 흐르는 물에 한참을 씻고도 결국 껍질은 벗겨내고 먹는다.

이런 우려와 불편에도 불구하고 살충제는 현대 농업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살충제가 더 많은 농산물의 수확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살충제를 뒤집어쓴 작물들은 해충이 먹어치우지 못하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늘어난다.

사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살충제를 쓰지 않는 대신에 식량이 귀해져서 배가 고플지, 아니면 약간의 살충제에 노출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값싼 농산물로 식탁을 풍요롭게 채울지의 문제다. 그리고 인류는 이제껏 후자를 선택해왔다. 요컨대 현대 농업에서 살충제의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살충제가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살충제가 식량 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살충제 가운데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s라는 것이 있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Nicotine과 비슷한 화학물질이다. 그런데 이 살충제는 해충뿐 아니라 꿀벌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 결과 세계 곳곳에서 꿀벌들의 떼죽음, 전문용어로 군집 붕괴Colony collapse라고 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꿀벌은 꽃에서 꿀을 채집하는데, 이때 이곳저곳으로 꽃가루도 함께 전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식물들은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다. 그 열매가 우리가 먹는 곡식이 되고 과일이 된다. 뿐만 아니라, 가축이 먹는 사료가 된다. 꿀벌의 기여는 땅에서 나는 농산물뿐만이 아니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이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과정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3분의 1은 꿀벌의 도움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꿀벌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니 실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찌감치 이를 우려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꿀벌이 멸종하면 수 년 안에 인류도 그러할 것이다.”
“If honey bees die out, humans will follow a few years later.”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한 욕심으로 정작 그 식량 생산의 핵심 조력자를 죽인다는 사실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지금 더 많은 황금알을 얻기 위해서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는지 모른다.

“꿀벌이 사라지면”의 1개의 댓글

  1. ‘If the bee disappeared off the face of the earth, man would only have four years left to live’ -Maurice Maeterlink(1862-1949)- 의 표현이~~ 우리나라에서 Einstein의 표현으로~둔갑?~ 참고하세요. 대전에서 무지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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