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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경영

사람 경영

며칠 전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휴일인 어린이날과 토요일인 5월 7일 사이에 끼어있던 5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임시 공휴일이란, 원래는 공휴일이 아니지만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정부가 공휴일로 지정하는 날을 말한다. 이번에는 특별한 일이 있다기 보다는, 5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5월 5일부터 일요일인 5월 8일까지 연휴를 만들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게 연휴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최근 조선업 불황을 비롯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소비 심리를 다시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의 불만에 대한 ‘달래기’ 차원의 정치적 목적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휴일을 마련해준다면 사람들이 호응을 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그러한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이번 5월 6일 임시 공휴일 지정을 반대하는 의견이 46.4%로 찬성하는 의견 41.6%보다 4.8%나 높게 나왔다.

왜 저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쉬는 것보다는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일까. 아니다. 사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납득이 간다. 임시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직원들이 그 임시 공휴일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공평한 대우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남들은 쉬는데 나 혼자 일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다같이 쉬지 못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우리가 그 입장에 실제로 서기 전에는 결코 그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애초에 임시 공휴일을 기획한 이들은 ‘사람들을 쉬게 해주고, 또 그 사람들이 쉬는 동안 돈을 쓰니까 장사하는 사람들도 도움을 얻겠지’라는 좋은 기대를 갖고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임시 공휴일에 일을 쉬거나, 일하는 대신 장사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직원들처럼 ‘대기업 직원을 위한 휴식’과 ‘사장을 위한 매출 증가’ 그 어느 쪽도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임시 공휴일을 기획한 이들은 이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했더라도 그냥 무시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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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을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국가, 학교, 회사 심지어는 가족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그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내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내가 30대 초반에 처음 회사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만들어서 한창 키워갈 때였다. 자금을 끌어오거나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지만, 가장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직원을 뽑고 길러서 일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나름 직원들을 위한다고 결정한 일들이 오히려 뜻하지 않은 반발을 불러왔을 때도 있었다. 되돌아보면 그 가운데 ‘공평치 않았던’ 처우가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뒤에도 살펴보겠지만 ‘공평함’과 더불어 ‘신뢰’ 또한 조직 안에서 구성원을 조화롭게 이끄는데 중요한 요소였다.

사실 『사람 경영 원제 : The Truth about Managing People | 스티븐 로빈스 지음 | 오인수, 김성수, 이종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6년 03월 02일 출간』이란 책의 제목을 접하고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사람은 경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제목이 직설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실로 사람 경영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것을 소홀히 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어려운 문제인 만큼, 대다수의 경영서는 ‘복잡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보편화하는 경향’이 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일관하여, 읽는 동안은 재미있지만 실제로 책장을 덮은 후에는 남는 것이 없다.

반면에, 이 책의 가치는 풍부한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에 있다. 지난 45년 간 사람 경영에 관한 교육과 저술 활동을 해온 저자 스티븐 로빈스Stephen P. Robbins가 조직 내에서 사람을 이끌고 다루는 이론과 실무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이 책은 조직 내에서 사람을 다룬다는 복잡한 문제를 무리해서 단순화하거나 보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래서 매우 깊이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이를 통하여, 조직을 이끄는 동안 실제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판단 지침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채용, 동기부여, 리더십, 의사소통, 팀 구축, 갈등 관리, 성과 평가, 변화에 대한 대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내게 그 가운데 정수를 뽑아보라 한다면, 내 경험에 비추어 3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지금 당신의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므로 귀를 기울여보길 권한다.

첫째, 직원에게 신뢰를 지켜야 한다.

뻔한 말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신뢰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신뢰가 아닌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신뢰를 말한다. 바로 직원을 채용하는 단계에서의 신뢰이다.

당신이 직접 직원을 뽑는 사장이거나 직원 채용을 담당한 관리자라고 해보자. 어쩔 수 없이 당신이 속한 회사를 좋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보통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자존심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더 좋은 직원을 끌어올 때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득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당신의 회사를 실제 이상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이는 그 직원과 출발부터 신뢰를 깨고 시작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급여, 복지, 근무시간 그 무엇이 되었든 실제 이상으로 좋게 과장해서는 안된다.

만약 우수한 직원을 뽑고 싶은 욕심에 새로운 직원에게 실제를 벗어난 기대를 심어준다면, 그 직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상에 실망한다. 만약 그 직원이 당신의 회사에 애착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도 탓할 수 없다. 당신이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뽑아야 한다.

이것은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원격의료 사업을 할 때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 프로젝트 메니저project manager를 한 명 채용하였다. 프로젝트 매니저란 쉽게 말하여 프로젝트 하나를 전담하는 관리자급 직원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 직원은 내 앞에서 자기 능력을 보여줄 줄 아는 직원이었다. 자신이 맡은 직원들을 잘 통솔하였고 담당한 프로젝트는 지연되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전 회사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것인데, 그 불만으로 인해서 그 전 직장의 잔류 요청을 ‘뿌리치고’ 과감하게 옮겼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그 직원의 능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 직장에서 나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라면 정말 능력이 있는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그 직원이 전 직장을 ‘뿌리치고 나왔다’는 말에 담긴 함의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 직원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전 직장을 떠났을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회사로 떠났다. 심지어 그 직원은 이미 다른 회사의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하긴 그 전 직장을 마무리 하기 전부터 우리 회사에서도 업무를 맡았으니까 나도 할 말은 없다.

아무튼 그 직원은 알고보니 실제로는 말만 번지르르한 ‘메뚜기’였다. 나는 크게 분노했고 그 직원이 내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 그래서 그 직원은 그날 이후로 다시는 ‘메뚜기’ 행태를 반복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안다.

물론 나의 잘못도 크다. 나는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직원을 채용할 수 있겠다는 욕심에, 그 직원의 도덕적 함량을 미리 살피지 못하였다. 또한 나는 그 직원이 일하던 전 직장에 어떤 피해가 갔는지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가 반성할 부분이 크다.

요점은 이것이다. 당신이 채용할 직원의 과거가 미심쩍다면, 머지않아 당신도 그런 미심쩍은 과거에 포함될 수 있다. 이전 직장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고 옮겨오려는 직원은, 당신을 떠날 때도 깔끔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그 직원의 과거를 면밀히 확인하여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뽑기를 권한다.

물론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라고 하여 기존 직장에 태도와 업무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나 업종의 특성상 레퍼런스 체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이럴 때에는 그 직원이 이전 회사에서 어떻게 마무리를 하고 왔는지 가능한 수단을 모두 활용하여 조금 더 깊이있고 주의해서 살펴야 하겠다.

셋째, 뽑은 직원은 공평하게 대하고, 직원에게 공평함을 기대해라.

직원의 업무와 직급에 따라 권한과 역할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역할 안에서는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보통은 관리자가 부하직원을 공평하게 대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지만, 정작 문제는 관리자가 부하직원들로부터 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즉, 당신이 관리자라면 부하직원에게도 공평함을 기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관리하는 같은 직급의 직원 A, B가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당신의 업무 지시에 A 직원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반면 B 직원은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그 두 직원들로부터 당신이 공평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B와 친하다는 이유로, 혹은 성격이 까칠한 B에 싫은 소리하는 부담을 피하고 싶은 생각에 당신이 관리자로서 공평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애써 눈을 감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은 또다시 다른 문제로 번져간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A 직원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직원 C, D도 불공평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관리자로서 받은 불공평한 대우는, 태만으로 일관한 부하직원 한 명을 편하게 하고 당신의 심리적인 부담을 더는 대신, 당신 자신과 나머지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불공평한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따라서 직원들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의 시작은 관리자 스스로가 공평한 대우를 기대하는 것에 있다.

요컨대, 수많은 연구 결과들로부터 도출한 사람 관리에 대한 지식들로부터 요점을 추려내어 보니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먼저 관리자가 직원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뽑으며, 마지막으로 서로가 역할에 맞추어 공평한 대우를 하는 것이다.

이 글의 시작에서 말한 ‘임시 공휴일’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도, 깊이 파고들어가보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서로 간의 불신과 불공평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비록 처음에는 좋은 의도를 갖고 있었을지라도, 결국엔 뜻하지 않은 반발로 돌아올 뿐이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사실은 사람들이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진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나 의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이 책처럼 믿을 만한 여러 중요한 연구 결과물에 근거한 것이라면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통솔하고 조직의 관리자가 된다는 것, 그것이 지금 당신의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훗날 당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

“사람 경영”의 6개의 댓글

  1. 책 내용 소개와 함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관리를 뜻하는 영어단어와 관리에 담긴 한자 풀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갑니다.

  2. ‘공평함’이 기본이 되는 직원과 관리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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