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여기에 당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이 있다. 그는 아침 6시 48분에 깨어난다. 39분 동안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침 식사는 못 챙겨 먹는 경우가 더 많다. 집을 나서고 55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전을 하여 회사에 도착한다. 직장에서 하루 10시간 46분을 지내다가 오후 7시 8분 경에 퇴근을 한다. 2015년 직장인 1461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일상’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익숙함은 감각을 무뎌지게 한다. 마치 조금 전에 느껴지던 냄새가 금세 느껴지지 않게 되는 것처럼, 일상에 적응하게 될수록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삶의 방식, 특히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하여 부속품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의 운명이 그러하다.

직장인들은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대부분 이른 아침 시계 알람 소리에 맞춰 힘겹게 일어나고,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혹시라도 지각할까 두려워 발걸음을 재촉하며 정해진 장소에 출근한다. 직장에서는 하루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지면 퇴근한다. 그리고 이런 쳇바퀴 같은 삶을 당연하게 또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런 삶의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던질 생각조차 갖지 못한다. 그렇게 각자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소모하며 황혼을 맞이한다.

나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런 게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시 없을 나의 소중한 삶을 훗날 기억도 나지 않을 남들이 마련한 일들에 쏟아붓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무엇보다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는 방식에 나를 끼워맞추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 박용후 지음 | 라이팅하우스 | 2015년 03월 07일 출간>는 소위 오피스리스 워커Officeless worker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오피스리스 워커는 정해진 사무실이 없이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 박용후는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기업의 일을 의뢰받아서 프로젝트성으로 홍보를 기획,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자칭 ‘관점 디자이너’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오피스리스 워커. 관점 디자이너. 저자의 다소 작위적인 ‘말 만들기’의 느낌이 없잖아 있다. 마치 ‘초코 우유’라고 하면 촌스럽지만, 같은 것을 ‘쇼콜라 라떼’라고 이름 붙이면 대중에게 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비싸게 팔 수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린 듯 싶다.

화려한 말을 걷어내고 우리가 쉽게 쓰는 말로 바꿔보자. 결국 저자의 직업을 가리키는 두 용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리랜서 홍보 전문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이 저자의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말을 지어내는 경향’은 독자가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결코 작위적이거나 수사적이지만은 않다.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조직에 속해서 전형적인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갖고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지는 오피스리스 워커가 대안으로 떠오른다는 점을 소개한다. 오피스리스 워커로서의 철학과 나태해지기 쉬운 정신에 대해 자신의 경험적 대처법도 다룬다.

저자는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에 한 장소에 모여 자원을 공유하며 함께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었지만 각종 IT 기술에 힘입어 연결성이 높아진 오늘날은 목표를 공유한 채 각자 개인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공유하는 목표’는 흔히 ‘프로젝트’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주어진 ‘프로젝트’에 따라서 모이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의 시간을 갖는 생활 방식이 크게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프리랜서가 전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수월하게 고객을 찾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지원 도구들이 프리랜서들의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40%가 프리랜서 형태로 존재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과장이 아닌 것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내가 꿈꾸던 삶의 모습과 그 맥락이 맞닿아있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삶.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삶은 내가 오래 전부터 꿈꿔온 삶의 방식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내 시간을 쓰고 싶다. 언젠가는 맑은 공기와 물이 있는 교외로 나가서 살고 싶다. 가족과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싶다. 이것은 앞으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런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_세상으로_출근한다나 말고도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쳇바퀴처럼 도는 직장에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번 뿐의 인생을 더 긍정적인 경험으로 채우고 싶은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꿈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날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저자의 책에서는 직장을 나온 후의 마음가짐과 행동 요령에 대해서는 잘 정리하였다 하지만, 정작 그 직장에 나가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언급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날을 실현하기 위해서 나는 일찍이 ‘독립을 위한 3단계’를 수립하고 단계별로 착착 진행해 오고 있다. 그 ‘독립을 위한 3단계’를 이 자리를 통해서 소개한다.

우선 첫 단계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전문성을 ‘중심 전문성’과 ‘파생 전문성’으로 구분한다. 기존의 반복되는 직장인의 삶이 ‘쳇바퀴’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문성’을 새로운 ‘바퀴’에 비유해서 생각해보자. 이 새로운 바퀴의 바퀴축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에 해당하는 ‘중심 전문성’이다. 그리고 마치 바퀴축을 중심으로 바퀴살이 뻗어나가듯 2차적인 ‘파생 전문성’을 구축한다. ‘파생 전문성’은 ‘중심 전문성’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전문성이라는 바퀴축에 ‘건강’을 놓았다. 내 이름 ‘승건承健‘ 즉 ‘건강을 연결한다’는 뜻처럼, ‘건강’은 내가 구축하고 있는 전문성 집합에 놓인 중심이다.

그 다음 바퀴살에 해당하는 ‘파생 전문성’들이 있다.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외과 의사’, ‘IT 사업 경험을 통한 원격 의료에 대한 전문성’, ‘글쓰기와 독서를 통한 건강한 삶에 대한 통찰’ 등 이다. 마치 바퀴축을 중심으로 바퀴살이 돌아가며 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듯 이 2차적 ‘파생 전문성’들은 실제로 내가 세상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심에 ‘건강’이라는 개념이 위치하지 않는다면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각자에게 있어서 전문성이 무엇이 될지는 ‘성장 환경’과 ‘관심사’ 그리고 ‘적성’이 모두 다르므로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 볼 부분이다.

두 번째 단계로, 외부와의 접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천하는 것은 블로그의 운영이다. 독립된 공간에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서 차근차근 쌓아나갈 수 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배포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주변의 세상은 지금보다도 더욱 치밀하게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럴수록 내가 누군지를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블로그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블로그를 운영할 때에는 ***.blog.me 나 ***.wordpress.com 같이 서비스 제공 회사에서 무료로 주어지는 주소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별도의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을 권한다. 약간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 그 값어치를 한다.

흔히 실수하는 것이 페이스북나 트위터 같은 SNS를 접점과 정보 축적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이다. 내가 앞날을 정확히 예측할 능력은 없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어느날 갑자기 페이스북의 문을 닫는다면 당신이 구축해온 접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이미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접속하여 일촌을 맺는 것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독립적인 도메인을 보유한 블로그는 다르다. 일례로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워드프레스를 보자. 전세계 웹사이트 4~5개 가운데 하나가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회사가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워드프레스가 문을 닫는다고 해도 나는 크게 걱정이 없다.

워드프레스가 문을 닫기 전에는 분명히 블로그 주인들에게 그간의 글과 사진들을 백업, 즉 추출해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줄 것인데, 그때 나는 내가 그동안 쓴 글들을 백업해서 제 2의 블로그 서비스로 옮길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shinseungkeon.com이라는 도메인을 두 번째 블로그로 연결하면 된다. 나는 이런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워드프레스가 문을 닫는다고 할지라도, 블로그를 통한 내 접점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문성과 접점을 확보하였다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조만간 닭장 같은 직장 문을 박차고 세상으로 나설 꿈에 부풀어 사표를 쓰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어도 충분하다. 지금은 냉철한 자세로 당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다음 단계는 현위치에서 스스로의 잠재력을 시험하고 배양하는 것이다. 당신 스스로가 프리랜서로 독립하여도 생존할 수 있을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실전 환경에서 부딪혀 보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현재의 ‘직장’에서 독립하여 프리랜서가 되어 스스로의 능력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직장이 제공하던 유무형의 이점들을 스스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회사 내에서는 당신을 보완해줄 누군가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당신도 누군가를 보완한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회사 동료이다. 직장을 나선 후에는 어떨까. 세상은 넓기 때문에 누군가는 여전히 당신을 보완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니다. 당신이 실수할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경쟁자들이다. 당신이 실수라도 하면 그 틈을 타서 당신의 소중한 고객을 가로챌 이들이다.

독한 상사나 기회주의적인 동료들을 생각하다보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같은 직장 내의 동료들은 이 사회에서 만날 그 어떤 경쟁자들보다 당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이다.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도움은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만약 현재 직장의 동료들에게 둘러쌓여서도 변변치 못하게 일했다면? 프리랜서로 나선 당신에게 기회가 올까. 아마 세상은 더 이상 당신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당신이 한 회사의 직원이었을 때보다 더 높고 까다로운 기준을 당신에게 요구할 것이다. 당신이 현재의 직장을 나와서 프리랜서로 독립했다고 하자. 힘들게 구축한 접점을 통해 조금씩 고객을 모으고 당신의 전문성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치자. 그런데 고객이 당신의 서비스에 마음에 안든다고 한다면? 당신은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끝까지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다. 그 고객이 곧 입소문의 근원이 되어 또 다른 고객을 불러오거나, 오는 고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나서서 당신의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자신이 있다면, 직장 동료에게 똑같이 못할 이유가 없다. 직장 문을 박차고 나가기 전에, 직장 동료를 대하는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고객을 대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 우선이다. 영리하게 판단하자. 제대로만 한다면 이는 곧 훗날 당신이 독립했을 때의 훈련이 된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는 ‘나는 나중에 독립해서 성공할거야.’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매사에 태만하다면? 나와서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에만 익숙하고 ‘나중에 어떻게 잘 되겠지’ 하고 단꿈에 빠진 이들을 위한 자리는 이 세상에 없다.

관점을 바꾸고 지금 있는 직장을 훗날 독립을 위한 훈련 캠프로 삼아보자. 지금까지 갑갑하게만 느껴졌던 직장이라는 환경이 달라져 보일 것이다. 직장에서 주어지는 일 하나하나를 당신이 프리랜서로 독립해서 의뢰 받게 될 프로젝트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자.

이러한 접근법이 유용한 이유는 또 있다. 직장에서 독립하여 프리랜서로 사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고객보다 내부의 고객 즉 직장 동료와 어울리는 것이 더 체질에 맞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직장 생활이 더 맞음에도, 바깥 세상에 대한 환상으로 내부의 고객을 소홀히 하고 그 때문에 내부의 고객에게서 소외되어 힘들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라는 것을 고백한다.

직장 동료를 내부의 고객으로 설정하고 정성을 다하는 접근은 미처 자신이 발견하지 못하고 있던 자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직장인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한 이후에는 발견하기 전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직장 생활에 임하게 될 수 있다. 직장 생활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굳이 프리랜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애초에 시간과 장소를 자유로이 활용하고 싶어하는 것도 즐겁게 일을 하기 위한 것이 근본적 이유이다.

당신도 나처럼 직장 생활이 자기 자신에게 맞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또한 시간과 공간에 얽매인 삶에 대해서 회의를 느낀다면 오늘 내가 전한 이야기를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저런 경험과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 ‘남이 나를 찾을 전문성’을 확보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어 가며 직장이라는 온실을 최대한 활용해가며 ‘미래를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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