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루 3잔이 중년 여성의 노후 건강을 좌우한다’는 제목은 사실보다 감각에 기대고 있다. 해당 기사에서 인용된 하버드대와 토론토대 공동 연구는 커피 섭취와 건강 상태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룬 관찰 연구일 뿐, 인과관계를 입증한 실험은 아니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신 사람이 노년기에 더 건강할 가능성이 조금 높았다는 통계적 결과가 있었을 뿐이며, 이를 두고 ‘건강을 좌우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다.
하버드대와 토론토대 연구팀은 미국 여성 간호사 약 4만7천 명을 30년간 추적해, 나이가 들어도 병 없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분석했다. 그런데 여기서 사용된 개념이 문제다. 연구에서 말한 ‘Healthy Aging’은 암, 심장병,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없고, 기억력과 신체 기능이 유지된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이를 ‘건강 노화’라고 그대로 옮긴 표현은 우리말 환경에서 어색하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건강하게 늙는다’는 뜻이겠지만, 많은 독자들은 ‘노화’라는 단어에 먼저 반응해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독자가 핵심 개념을 오해하게 만들며, 번역 과정에서 용어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기사에서는 하루 세 잔 정도 커피를 마신 여성들이 위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았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컵 수당 2~5%에 불과했고, 전체 연구 대상 중 이러한 상태에 도달한 사람은 8%에 그쳤다. 더구나 콜라처럼 카페인이 들어 있는 다른 음료에서는 오히려 건강 상태가 나빠졌고, 차나 디카페인 커피에서도 같은 효과는 없었다. 이는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와 함께하는 생활습관이나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도 커피의 효과는 운동, 금연, 균형 잡힌 식사 같은 전반적인 습관과 결합될 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
참가자들이 모두 간호사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은 일반인보다 건강관리에 더 익숙한 집단으로,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 연구는 흥미로운 경향을 보여주긴 하지만, 커피가 노후 건강을 ‘좌우’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결국 이 연구는 커피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기사 제목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독자에게 잘못된 기대를 줄 수 있다. 특히 핵심 용어인 ‘Healthy Aging’을 한국어로 풀어쓸 때는 더 신중한 표현이 필요했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혹은 ‘질병 없이 노년을 보내는 상태’처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길이다. 기사에 사용된 ‘건강 노화’라는 표현은 오히려 독자의 혼란을 키울 수 있는 용어 선택이었다.
커피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는 많지만, 그것만으로 건강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건강은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비롯된다. 커피는 그 중 작은 조각일 뿐이다.
※ 이 글의 주소를 복사해서 아래 기사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커피 하루 3잔’, 중년 여성 노후 건강 좌우한다 커피 한 컵 더 마실 때마다 건강 노화 가능성 2~5%씩 증가 반면, 차·탄산음료 마시면 건강 노화 가능성 20~26% 감소 하버드대 연구팀, 최근 ‘영양학’ 학술...

이메일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