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인데도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놀이터. 이 적막한 풍경은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73명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2024년 초등학교 신입생이 39만 명으로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추락하였고, 향후 2~3년 이내에 20만 명대로 줄어들 거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가 소멸 단계까지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지라 언론 매체에서는 저출산 위기를 다루는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정부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저출산 문제를 다루며 아이를 낳지 않는 세태를 탓하는 것이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남녀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생명을 낳는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인 동시에,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결정되고 그래야만 하는 개인적 선택의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저출산 문제를 강조하고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자칫 문제의 핵심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저출산의 책임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에게 돌리고, 심지어 출산을 ‘애국’이라고 부르며 국가에 대한 의무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출산율 통계는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부부의 입장에 서보자. 그들은 경제적 부담이나 일과 가정의 균형 문제로 인해 출산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 가치관이나 건강 등 나름의 이유로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할 수도 있다. 그러한 결정 하나하나는 결혼한 두 남녀가 주어진 환경에서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저마다의 이유로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에게 출산 장려는 자칫 강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저출산의 책임을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부부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책임을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예컨대, 연제구 보건소에서는 민선 8기 구청장 공약사업의 일환으로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산모들이 산후조리비를 출산 후 큰 부담으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 그것을 함께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적인 부담으로 출산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고 싶은 부부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이들의 삶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개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볼 수 있는게, 예비 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아이가 개인적인 선택이 존중받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출산이라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결정에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출산이 국가에 대한 기여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위한 선택으로 여겨질 때, 비로소 저출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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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를 개인의 선택의 영역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위한 선택으로 여겨질 때, 사회적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