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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장 속의 불타는 소용돌이

배 속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기분. 날카로운 통증이 장벽을 할퀸다. 뒤틀리는 경련이 몰려오면, 몸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다.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급박하다.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을 앓는 사람들에게 이는 낯선 감각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면역 체계는 착각한다. 자신을 보호해야 할 장(腸)을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한다.

IBD는 크론병(Crohn’s disease)과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으로 나뉜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과 직장에 국한된 염증을 일으킨다. 두 질환 모두 복통, 설사, 혈변, 피로, 체중 감소를 동반한다. 때로는 단순한 위장 장애처럼 보이지만, 그 지속성과 강도는 일상을 집어삼킨다. 먹는 것이 두려워지고, 외출이 힘들어진다. 면역 체계의 반란이 가져온 고통은 신체적 영역을 넘어 심리적 부담으로 확장된다.

진단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혈액 검사와 대변 검사로 염증 수치를 확인하지만, 확진을 위해선 내시경과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대장 내시경을 통해 붉게 부어오른 장벽과 출혈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소장에 염증이 의심될 경우 캡슐 내시경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원인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 질환으로 여겨지지만, 어떤 요소가 정확히 트리거가 되는지는 불분명하다1.

치료법은 염증을 억제하는 데 집중된다. 5-아미노살리실산(5-ASA) 계열 약물은 경증에서 중등도의 염증을 조절한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 효과를 지녔지만, 장기 복용할 경우 골다공증, 감염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지만, 감염에 대한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대장을 완전히 절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크론병은 병변이 이어지지 않고 군데군데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한 절제가 어렵다.

식이요법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음식이 IBD를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개인별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고섬유질 식품, 유제품, 기름진 음식은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 일부 환자는 저잔여식(low-residue diet)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기도 한다.

IBD를 둘러싼 논쟁도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환경 오염이 발병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장내 미생물군이 면역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정 박테리아의 불균형이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 섭취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아직 정설은 아니다2. 한편, 대변 미생물 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해 균형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다. 다만, 아직 표준 치료로 인정받지는 않았다.

역사적으로 IBD는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았다. 20세기 초반까지는 명확한 진단 기준조차 없었다. 크론병은 1932년 미국의 내과의사 버릴 B. 크론(Burrill B. Crohn)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고, 이후 질병의 이해가 발전했다. 하지만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현대 의학이 염증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치유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IBD는 단순한 장 질환이 아니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복합적 도전이다. 환자는 예측 불가능한 증상과 싸우며, 사회적 고립과 불안을 경험한다. 그러나 치료법은 발전하고 있다. 과학은 면역 체계의 미로를 풀기 위해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다.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날 날이 올 것인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희망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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