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요즘, 많은 이들이 야외활동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에게는 이 계절이 그리 반갑지 않을 수 있다. 낙엽과 함께 날아다니는 꽃가루와 미세먼지로 인해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같은 불편한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라는 말은 1906년 오스트리아 의사 클레멘스 폰 피르케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면역 체계가 특정 물질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발견하고, 그리스어로 ‘다르다’는 뜻의 ‘알로스(allos)’와 ‘작용’을 뜻하는 ‘에르고스(ergos)’를 합쳐 ‘알레르기(allergy)’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2021년 491만 명에서 2022년 601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환자 수가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천식 환자도 비슷한 추세를 보여 2021년 66만 명에서 2022년 84만 명으로 증가했다.
알레르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에 불필요한 고통을 겪거나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오늘은 알레르기에 대한 흔한 오해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알레르기도 적응하면 괜찮아진다?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도 조금씩 먹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마치 맹수와 매일 마주치다 보면 친해질 수 있을 거라 믿는 것과 같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항원에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으로 노출시켜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면역요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의 철저한 관리 아래 이루어져야 하며, 드물지만 아나필락시스 쇼크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 알레르기는 먹었을 때만 발생한다?
그렇지 않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은 먹지 않아도, 피부에 닿거나 공기를 통해 들어와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땅콩 가루가 피부에 묻거나 공기 중에 날릴 때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밀 단백질이 들어간 비누를 사용하다가 밀가루 알레르기가 생긴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피부 접촉만으로도 식품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는 후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생 잘 먹던 음식이나 별문제 없이 접촉하던 물질에도 어느 날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환경이 바뀌거나 새로운 물질을 접하면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알레르기가 생기는 일도 흔하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게 되면, 평소와 다른 몸의 반응이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깨끗한 환경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알레르기에 더 취약하다는 ‘위생가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기본적인 위생 관리는 여전히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
다만 과도한 살균제나 항생제 사용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 발달에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적당한 청결 유지와 자연스러운 환경 노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알레르기 반응은 언제나 즉각 나타난다?
알레르기가 생기면 즉시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두드러기, 가려움증, 복통, 구토, 얼굴 부종 같은 증상들이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물질에 접촉했다면, 하루 정도는 몸 상태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할 점은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늦게 나타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기농 식품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유기농 식품이라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다면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유기농 복숭아를 먹는다고 해서 알레르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가 있다면 그 원인이 되는 물질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기농 식품이 건강에는 좋을 수 있지만, 알레르기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이라면 유기농이든 아니든 조심해야 한다.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면 사라진다?
어린이의 경우 우유, 달걀, 밀가루 알레르기는 자라면서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레르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특히 땅콩이나 해산물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의사와 상담하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고 적절한 치료와 예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알레르기는 완치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알레르기를 완전히 치료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증상을 잘 조절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로 불편한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면역요법이라는 치료법도 시도할 수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아주 조금씩 몸에 주입해서 면역 체계가 천천히 적응하도록 돕는 방법인데, 반드시 전문의의 관리 아래 충분한 기간 동안 진행해야 한다.
다만 면역요법이 모든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효과도 다르다. 치료에 몇 년이 걸릴 수 있고, 중간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치료를 받아도 완전히 낫기보다는 증상이 덜해지는 정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들을 피하고 증상을 잘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알레르기는 평생 함께 가야 할 수도 있는 질환이지만, 잘 관리하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의와 상담하며 자신에게 맞는 관리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글이 알레르기 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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