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고, 적막 속에서 조용한 숨소리가 들릴 때. 어떤 이들의 밤은 그렇게 조용하지 않다. 갑자기 들이쉬던 공기가 끊기고, 한순간의 정적이 방 안을 뒤덮는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거친 숨소리, 혹은 몸부림.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은 이렇게 밤을 가른다. 질식할 듯한 침묵과 헐떡이는 공기의 반복. 이는 단순한 코골이가 아니다. 기도가 막혀 호흡이 멈추는 순간, 몸은 공포에 가까운 신호를 보낸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심장이 급히 박동을 올리고, 뇌는 각성을 지시한다. 그렇게 얕은 잠 속에서 몸부림치며 깨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의학계는 이를 단순한 수면장애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 뇌졸중 등과 연관된 심각한 질환으로 본다1. 산소 공급이 불규칙해지면 혈압이 상승하고, 장기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문제는 수면무호흡증이 너무도 흔하다는 점이다. 중장년층 남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지만, 비만, 체형,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더 심각한 점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험자들은 수면무호흡증의 밤을 마치 익사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깊이 잠든 줄 알았던 몸이 갑작스럽게 허공에서 떨어지듯 숨을 들이쉬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깨는 감각. 옆에서 듣는 사람들은 코골이가 멈추는 순간마다 불안에 휩싸인다. “그 순간이 너무 길어지면 어떡하지?” 상대방의 숨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밤. 함께 잠드는 이들에게도 수면무호흡증은 고통이다.
치료법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양압기(CPAP,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 치료다2. 기도를 강제로 열어주는 이 작은 기계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기계의 소리와 착용의 불편함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수술적 치료, 구강내 장치, 체중 감량 등의 방법도 연구되고 있지만, 결정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어떤 이는 “CPAP 없이는 단 한순간도 편히 잘 수 없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기계에 의존하는 삶이 답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이는 삶의 질을 갉아먹는 질병이다. 깊이 잠들지 못하는 밤은 낮 동안의 피로,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으로 이어진다. 운전 중 졸음운전 사고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천천히 몸을 좀먹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밤마다 잠식당하는 산소 부족이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 질병의 본질은 어쩌면 밤의 적막 속에서 벌어지는 사투다. 폐는 들숨을 기다리고, 심장은 다음 박동을 재촉한다. 그 짧은 순간이 반복될수록, 삶의 균형은 조금씩 흔들린다. 우리는 그 숨 막히는 침묵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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