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가 짧은 쥐는 성욕이 강하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손가락 길이 비율로 성적 취향이나 성욕을 예측할 수 있다는 식의 설명도 곁들여졌다. 일본의 한 대학 연구진이 실험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검지와 약지의 길이 차이인 이른바 ‘2D:4D 비율’이 성적 행동과 관련 있다는 기존의 가설을 다시 한번 뒷받침하는 내용이다1.
쥐의 성행동은 인간과는 구조부터 다르다. 무엇보다 이번 실험은 수컷 쥐만 대상으로 했고, 실험실이라는 극도로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졌다. 이런 조건에서 나타난 생리적 반응을 사람의 성욕이나 정서적 선호 같은 복합적 심리 상태에 곧장 연결 짓는 것은 과학의 기본 전제에서 벗어난다. 인간의 행동은 유전과 호르몬뿐 아니라 문화, 사회, 경험 등 다층적인 요인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이 연구가 “태아기 호르몬 노출이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이며, “손가락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행동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해석이다. 2D:4D 비율과 인간의 성격이나 행동 사이의 관계를 입증한 임상적 근거나 대규모 연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통계적 상관관계가 일관되지 않거나, 효과 크기가 미미하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연구 설계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편적인 동물 실험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정체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을 암시하는 것은, 과학적이라기보다 상상력에 가깝다.
물론 새로운 가설은 과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쥐 실험을 통해 인간 발달 과정의 특정 메커니즘을 탐색하는 시도는 의미 있다. 하지만 가설이 곧 진실인 양 단정하는 순간,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신념이 된다. 더욱이 언론이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전달할 경우, 독자는 마치 손가락 길이로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위험이 있다. 과학 저널리즘은 대중의 흥미를 끄는 동시에, 한 걸음 물러서서 ‘이것이 사실인가’라는 물음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생명과학 연구는 그 자체로 고도로 세밀하고 제한된 맥락 속에서 진행된다. 실험 결과를 실제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으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가설은 자연스럽게 탈락한다. 손가락 길이로 성욕을 예측한다는 발상은 흥미로울 수 있지만, 그것이 과학의 이름으로 보도될 만큼 충분히 검증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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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길이의 비율로 남성의 성욕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일본 오카야마 대학교의 사카모토 히로타카 교수와 하야시 히메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실험동물(Expe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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