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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성여자고등학교 진로 탐색 특강

부산중앙도서관에서 준비해 주신 진로 탐색 특강의 두 번째 시간은 부산남성여자고등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첫 강연에 이어 다시 학생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마음은 한결 차분해졌지만, 장소가 바뀌니 또 다른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이더라도 학교와 공간이 달라지면 이야기가 머무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부산남성여자고등학교는 위치부터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학교가 꽤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올라가는 동안 시야가 탁 트이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매일 오르내리는 익숙한 길이겠지만, 외부에서 찾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강연을 앞두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도착 전에 부산중앙도서관 주무관님과 학교 선생님들께서 미리 나와 길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차량이 들어오는 동선을 하나하나 살피며 기다려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이 자리가 어떤 마음으로 준비되었는지는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이런 배려 덕분에 현장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가라앉았습니다.

강연은 학교 강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이야기를 듣는 태도도 단정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제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차례로 풀어놓았습니다. 잘 정리된 결론보다는 중간에 멈췄던 순간들과 다시 돌아섰던 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말을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로라는 것은 미리 그려둔 선을 따라가는 일이라기보다, 걸어온 뒤에야 선의 모양이 보이는 일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선택의 의미는 늘 뒤늦게 정리되고, 그때의 망설임은 시간이 지나 다른 얼굴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지금의 고민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학교를 내려오며 다시 한 번 그 높이를 느꼈습니다. 올라올 때보다 내려오는 길은 훨씬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해야 할 말을 다 하고 나왔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시간이 학생들의 마음에 무엇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생각의 속도를 잠시 늦추게 만드는 계기 하나쯤은 되었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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