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순간이 있다.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차고,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멈추지 않는다. 머리는 뻐근하게 무겁고, 한쪽 구석은 마치 다리에 쥐가 난 듯 팽팽하게 저릿하다. 자세를 바꿔보지만 편안함은 찾아오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생각의 꼬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억누를수록 더 강하게 떠오른다. 시간은 어느새 새벽으로 흐르고, 잠을 자지 못한 몸과 정신은 더 무겁고 흐릿해진다. 이런 밤이 반복될수록 잠드는 행위 자체가 두렵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상태에서 나는 ‘죽음’을 상상한다. 단순히 무섭거나 두려운 죽음이 아니라, 존재의 모든 연결을 끊어내는 상징적 죽음이다. 완전히 어둡고 고요한 공간에서 눈을 감는다. 빛도, 소리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사라진다.”
이러한 상상은 불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식의 단절이자 해방의 과정이다. 더 이상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끝없이 따라붙던 걱정과 과거의 후회, 앞으로의 불안 모두 손에서 흘러나간다. 그렇게 나의 존재는 가벼워지고, 세상은 나와 무관한 것이 되어버린다.
이 과정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일시적이나마 스스로의 의식을 해방하고,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로 나를 이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애쓸 필요도, 두려워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때부터 비로소 내 마음은 깊은 평온에 잠기기 시작한다.
죽음을 상상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면, 남는 것은 완전한 고요다. 어둠 속에서 더 이상 떠오르는 생각도, 감정도 없다. 마치 나의 의식이 소멸된 것처럼 그 고요함은 나를 감싼다. 이 어둠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따뜻하고 평화로운 감각이 나를 채운다. 그 순간, 나는 세상과 완전히 분리된 상태에서 천천히 잠이라는 또 다른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잠드는 과정은 억지로 생각을 밀어내려는 행위가 아니다. 모든 것을 비우고, 의식을 내려놓는 훈련에 가깝다. 긴장과 집착이 사라질 때, 잠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잠은 마치 물 위의 잔잔한 배와 같다. 억지로 움직이려 할수록 배는 더 흔들리고 멀어지지만, 그저 힘을 빼고 물결에 몸을 맡기면 배는 고요히 떠오른다. 내려놓을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잠은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온다.
이것이 내가 터득한 잠드는 법이다. 죽음을 상상하고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 끊어내며 나를 비운다. 그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노력은 필요 없다. 내려놓음의 끝에서 어둠이 나를 감싸고, 그 속에서 진정한 휴식이 찾아온다. 잠은 단순한 수면이 아니라 존재의 무게를 내려놓는 행위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평온과 깊은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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