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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모험

『문구의 모험』 표지 이미지. 다양한 문구류(연필, 잉크, 가위 등)와 함께 책 제목과 부제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가 포함되어 있음.

댓글 하나가 예상치 못한 독서로 이어졌다. 내 블로그에서는 댓글을 남길 때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주소를 함께 남길 수 있다. 한 독자가 남긴 링크를 따라가 만난 블로그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 주인은 서평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었고, 그의 목록 중 『문구의 모험』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어린 시절 익숙했던 학용품들이 떠올랐고, 평범한 물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문구의 모험』은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구류의 역사를 흥미롭게 탐구한다. 저자 제임스 워드(James Ward)는 런던 문구 클럽(Stationery Club in London)을 공동 창설한 인물로, 지우개부터 포스트잇까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도구들이 가진 독특한 이야기와 의미를 들려준다. 이 책은 기존에 사실로 여겨졌던 것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밝혀내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나는 어릴 적에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고 불렀다. 한때 이 명칭이 발명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들었지만, 이 책은 그 정보가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혔다. 실제로 스테이플러 발명의 역사에는 그런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1 익숙했던 정보가 반드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몰스킨 노트가 중국에서 생산되면서 품질이 떨어졌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종이 발명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이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이유로 품질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선입견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가 가진 편견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유명 브랜드에 대한 허상도 이 책이 다루는 흥미로운 주제다. 블랙윙 602 연필은 연필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판매되는 블랙윙 602는 원조 블랙윙 602와 사실상 다른 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사례들은 유명세와 브랜드 이미지가 때로는 과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마케팅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책상 위 문구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스카치테이프나 포스트잇 같은 도구들이 단순히 유용한 물건이 아니라, 각자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점이 새삼 다가왔다. 문구의 역할을 곱씹다 보니 내가 속한 공무원의 역할도 떠올랐다.

문구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제 역할을 다한다. 공무원 역시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한다. 하지만 공무원도 집에서는 가족이며,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가진 존재다. 평범한 자리 뒤에 숨겨진 각자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책이 문구라는 평범한 소재를 통해 보여준 시각은 결국 우리 일상 속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문구의 모험』은 독자에게 익숙한 사물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세한 역사적 설명이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문구를 좋아하거나 그 감성을 이해하는 독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문구점에서 노트를 펼칠 때 느꼈던 설렘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공감이 갈 것이다. 『문구의 모험』은 단순한 물건을 통해 일상의 매력을 되찾게 해주는 특별한 책이다. 책상 위의 평범한 도구들이 더 이상 똑같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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