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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

숨 막힐 듯한 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볕은 그 강렬함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심지어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더 덥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인류 건강에 미칠 위험을 경고했다. 대한민국 질병관리청 역시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다고 예측하며, 고온 다습한 날씨로 인해 온열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 혁명 이후 꾸준히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 평균 기온을 상승시켰고, 이는 극심한 기상 이변의 형태로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폭염, 가뭄, 홍수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위기는 단순히 환경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역사 속 인류가 마주한 더위

인류는 오랫동안 더위와 싸워왔다. 고대 문명에서도 고온으로 인한 질병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자연의 불가항력적인 위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이러한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고온 환경에서의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질병에 주목하며 ‘열사병(coup de chaleur)’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생리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체온 조절 메커니즘과 온열 질환 발생 기전이 점차 밝혀지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폭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에어컨과 같은 냉방 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상당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우리는 온열 질환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열탈진과 열사병

온열 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다양한 건강 이상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마치 엔진이 과열되는 상황처럼, 우리 몸의 온도 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온열 질환의 대표적인 형태는 열탈진과 열사병인데, 그 심각도와 증상 발현 메커니즘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열탈진은 고온 환경에서의 과도한 활동이나 수분 및 염분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교적 가벼운 형태의 온열 질환이다. 우리 몸은 땀을 통해 열을 발산하지만,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부족하면 체액 불균형이 초래되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몸이 보내는 ‘SOS 신호’로, 피로감, 어지럼증, 두통, 메스꺼움, 근육 경련 등이 대표적이다. 몸의 핵심 기능은 아직 유지되지만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열사병은 온열 질환 중 가장 심각한 형태로 체온 조절 중추의 기능이 마비되어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응급 상황이다. 의식 저하, 혼란, 발작 등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다. 이는 마치 엔진이 멈춘 자동차처럼, 우리 몸의 중요한 기능들이 마비되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열사병은 방치할 경우 뇌 손상이나 장기 부전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온열 질환의 위기 대처

온열 질환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적절한 초기 대응이다. 열탈진의 경우, 즉시 시원한 환경으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하고,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포츠 음료나 경구 수액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 열사병은 응급 상황이다.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벗긴 후 적극적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물을 뿌리거나 얼음찜질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식이 없다면 기도를 확보하고 구토물로 인한 질식을 막는 조치도 필요하다. 열사병은 전문적인 의학적 처치가 필수적이므로 반드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더위를 이기는 지혜로운 습관

온열 질환은 충분한 예방과 관리를 통해 피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충분한 수분 섭취이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고, 야외 활동 중에는 항상 물을 챙겨 마셔야 한다.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이용해 햇볕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양산을 쓰는 것이 더위를 피하는 좋은 선택지로 권장된다.

폭염 특보 발령 시에는 가능한 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언제든 주위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확인해 두어야 한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을 적절히 사용하고, 냉방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자주 샤워를 하거나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한다. 노인, 어린이, 만성 질환자는 폭염에 더욱 취약하므로 주변의 세심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차량 내부는 짧은 시간에도 급격히 온도가 상승하므로, 잠깐이라도 어린아이를 차량에 혼자 두지 않도록 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여름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귀 기울이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이번 여름도 얼마든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 나아가 온열 질환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과 사회 전체의 과제라는 점도 잊지 말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단지 기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인 것이다.

이 글은 2025년 7월 14일 대한제당에 실린 글입니다.1 저는 의사이자 작가로서 건강, 인문학 등을 주제로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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