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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순서 다이어트, 효과와 한계

최근 다이어트 기사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먹는 순서 다이어트’는 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식사하면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포만감이 오래 지속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특히 포만감 부족이나 군것질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는 주장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방식은 당뇨병 식이요법에도 활용되는 전략인 만큼 일면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먼저 섭취하면 탄수화물의 소화와 흡수가 늦춰져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 효과가 있다. 일본과 미국의 여러 연구에서도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한 그룹이 탄수화물을 먼저 먹은 그룹보다 식후 혈당이 낮았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다. 혈당의 급등을 억제하면 인슐린 분비도 안정되어 허기 유발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1.

다만 기사에서 주장한 “날 것→발효→익힌 채소 순으로 먹으면 효소가 풍부해 장운동에 좋다”는 설명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효소는 대부분 위산에 의해 파괴되며, 외부에서 섭취한 효소가 소화기계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발효식품 자체는 유익균 공급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조리 상태의 순서까지 엄격히 따를 필요는 없다.

또한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보다 혈당을 더 천천히 올린다”는 언급은 일반적인 경향으로는 맞지만, 임상적으로 큰 차이를 보일 만큼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단백질의 종류보다는 음식 전체의 구성과 섭취량, 조리 방식이 혈당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을 먼저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있다.

식사 속도를 천천히 하라는 조언은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포만감을 유도하는 GLP-1 호르몬은 식사 후 약 20분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분비되며, 그 전에 식사를 마치면 과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위로 내려가려면 최소 5분’이라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는 다소 자의적인 해석이다.

먹는 순서 다이어트는 과식을 막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내용을 과학적으로 과장하거나 민간요법 수준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식사 순서를 조절하는 습관은 총섭취량 조절과 함께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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