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소상공인들에게는 소위 대목이라 불리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는 정치와 경제 상황이 모두 어수선하여, 그렇지 않아도 힘든 소상공인들의 어깨가 더 무겁다고 한다. 공직 사회에서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차분한 식사 모임은 가급적 기존대로 유지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술잔이 오고 간다. 적당한 음주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심각한 위험이 존재한다. 술은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절제되지 않는 음주는 건강과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알코올성 간질환이나 위염 등 음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5,033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경찰청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하루 평균 약 14명이 술과 관련된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이다. 1시간 40분마다 한 생명이 사라진다는 이 충격적인 현실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에 대한 몇몇 잘못된 믿음은 우리의 경계를 무디게 만든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흔히 인용되는 것이 적당량의 음주가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켜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또한, 와인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도 자주 언급된다. 이런 주장은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음주량 그 자체다. 최신 연구 결과들은 음주가 적은 양이라도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연구로 꼽히는 것이 2018년에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에 실린 “2016년 글로벌 질병부담 연구를 위한 체계적인 분석”이다. 이 연구는 15년 동안 195개의 나라에서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음주와 건강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건강에 유익한 음주량은 “0”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간의 음주조차도 심혈관계 질환이나 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히 “적당한 음주”라는 말로 그 해로움을 덮기에는 과학적 증거가 너무나 명확하다.
해장술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도 흔한 오해다. 숙취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로 변환되면서 발생한다. 이 물질은 간에서 다시 아세트산으로 바뀌어 체외로 배출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알코올이 계속 들어오면 이 과정이 더욱 지연된다. 결과적으로 숙취 증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해장술은 순간적으로 감각을 무디게 하여 숙취가 해소된 것처럼 느끼게 할 뿐 실제로는 체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더 많이 축적되어 숙취를 악화시킨다. 숙취를 완화하려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 다른 흔한 속설로는 술을 마시면 주량이 늘어난다는 믿음이 있다. 이런 생각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처음에는 술 한 잔만 마셔도 몸을 못 가누던 사람이 술을 마실수록 덜 취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주위에서는 이를 보고 주량이 늘어난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술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되면서 뇌가 알코올에 점차 익숙해지는 것일 뿐이다.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은 전혀 변하지 않으며, 체내의 아세트알데하이드 수치도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술로 몸만 상하게 될 뿐이다. 술은 많이 마신다고 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술을 잘 마시는 게 능력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관행이 있다. 오늘 살펴본 음주와 관련된 오해들도 술을 잘 마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술을 못 마시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는 것이야말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그렇다. 이제는 ‘술을 잘 마신다’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다.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절제하며 즐길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올 연말연시 진정한 ‘술 잘 마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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