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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위험한 이유

파란색 바탕에 흰색 f자가 걸쳐진 페이스북 앱. 그 모서리에 1이라는 숫자가 뜬다. 그 순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궁금증이 밀려온다. ‘누가 내 글에 좋아요를 했을까? 아니면 댓글을 달았나?’ 손가락은 이미 페이스북 앱을 열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향하고 있다.

어떻게 아는지도 가물가물한 누군가가 나의 최근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오, 내 글이 인정을 받는구나.’ 어깨가 으쓱해진다. ‘나도 보답을 해야지.’ 내게 좋아요를 눌러준 이의 타임라인으로 가서 가장 최근에 올라온 글 하나에 좋아요를 눌러준다. 다음에도 내 글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무언의 바람을 담아서. 하지만 정작 그가 올린 글은 자세히 읽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그도 내 글을 읽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인간’을 상대하는 건 그나마 ‘소통’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이라도 있다. 앱에 숫자가 떠서 열어봤더니 알고리즘이 ‘이런 콘텐츠도 좋아할 거 같아요’라며 뜬소문과 광고가 뒤섞인 잡동사니를 들이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뻔한 술수에 넘어간 자신에게 씁쓸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실망감도 잠시, 혹시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없을지 화면을 끌어올리는데 몰두한다. 무표정한 내 얼굴이 스마트폰의 매끄러운 화면에 간간이 비친다.

만족할 때까지, 하지만 만족 없이 끝없이 스크롤하도록 만드는 페이스북의 작동방식은 슬롯머신의 그것을 너무도 빼닮았다. ‘계속 스크롤하다 보면 좋은 게 나올 거야.’라며 우리를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하루 10분, 30분, 1시간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SNS라는 이름의 도박에 빠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도박은 돈을 딴다는 헛된 기대라도 있다지만 SNS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고는 댓글, 좋아요, 리트윗 같은 신기루가 전부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돈은 SNS 회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TV프로에 등장하는 도박 중독자들을 보고 안타깝게 여길 일이 아니다. 정작 중독에 빠져있는 사람은 습관처럼 페이스북을 열어보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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