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X, PLAY, EAT, DRINK, EXPLORE

2021-09-15 07:00:00

딸 아이의 초등학교 첫 등교

영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습니다. 오늘은 이제 드디어 자가격리도 해제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은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날입니다. 제 딸 아이는 만약 한국에 있었으면 내년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지만, 영국은 한 학기가 빠른 9월 입학이어서 이번에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지난주가 입학일이었지만 자가격리를 하다 보니 첫 등교가 일주일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 늦어진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다른 초등학교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이 대부분 1층이고, 높은 건물도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학교 내의 대부분은 운동장이나 놀이터로 되어있고 중간 중간에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초등학교지만 교복을 입고 다녀야 해서 복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점은 참 좋습니다. 교복뿐 아니라 그 밖의 규율도 은근히 엄격한 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등교 시간을 칼같이 지켜야 합니다. 오전 8시 40분부터 50분까지만 교문을 개방하고, 그 이후에 오면 학교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점을 유념하고 첫 등교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교문 개방 시간에 앞서서 일찍 갔는데, 그때 이미 다른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교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런던에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딸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반에 한국인 학생은 제 딸이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딸 아이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기에 다소 걱정도 되었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들었습니다.

사실, 딸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여기에는 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학교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다 보면 제 딸아이를 비롯한 여러 아이들의 사진도 올라가게 될 텐데, 아이들이 온라인에 자신의 사진이 올라간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사 동의를 한다고 해도 아직은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국의 학교 풍경을 미숙한 글솜씨로만 전하게 되었습니다.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 승강장

먼 길을 떠나면 항상 뒤늦게 두고 온 물건이 하나둘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에서 필요한 상비약들을 충분히 챙겨온다고 여러 번 확인했는데도, 결국 빠뜨린 것이 있었습니다. 딸 아이가 영국에 온 뒤로 많이 피곤했는지 입안이 헐었다며 보챘는데, 그 흔하디흔한 ‘입안에 바르는 연고’를 챙겨오지 않았습니다. 며칠 좀 참아보면 나아지겠지 하다가 차도가 없기에 저녁에 함께 근처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영국에서 간단한 약은 부츠(Boots)라는 곳에서 살 수 있다고 하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인트판크라스역 내의 부츠로 향했습니다. 세인트판크라스역은 파리와 브뤼셀로 향하는 유로스타를 탈 수 있는 역입니다. 부츠에서 연고를 사서 세인트판크라스역 밖으로 나오니 바로 길 건너에 킹스크로스역이 있었습니다. 킹스크로스역은 런던 북부의 주요 역으로, 해리포터를 책이나 영화로 접한 독자라면 킹스크로스역의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호기심이 생겨 함께 온 아내와 딸의 손을 잡고 킹스크로스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킹스크로스역은 상당히 큰 규모의 기차역으로, 꽤 늦은 시간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를 지나서 9번, 10번 승강장 쪽으로 향했습니다. 9와 4분의 3 승강장이라면 분명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9번과 10번 승강장은 승차표가 없다면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려고 하는데, 바로 옆에 우리 같은 이들을 위해 따로 9와 4분의 3 승강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목표를 달성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RELAX, PLAY, EAT, DRINK, EXPLORE


런던에는 곳곳에 정원이 정말 많습니다. 사실 정원이라는 말은 그들의 ‘Garden’이라는 단어를 직역한 것이고, 실제로는 작은 공원 같습니다. 이처럼 도심 내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킹스크로스역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정원 몇 군데를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그 정원들 중의 한 곳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정원 담장에 걸린 글귀 때문이었습니다. RELAX, PLAY, EAT, DRINK, EXPLORE. 저 문구를 처음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런던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정확히 짚어주는 문구였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또 다른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제가 저 문구를 보며 설레게 된 진짜 이유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이 지난 일 년 넘게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오며 잃어버렸던 그 무엇이었습니다. 쉬고, 놀고,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한때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 그런데 이제는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다. 지나고 보니 당연한 것들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습니다.

“RELAX, PLAY, EAT, DRINK, EXPLORE”의 1개의 댓글

  1. 그 먼 곳에서 초등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럽네요. ㅠㅠ 하지만 잘 해낼 수 있겠지요? 멀리서나마 작가님과 작가님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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