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요즈음 나의 하루는 아침 8시에 시작한다. 사실 휴대폰 알람은 7시 50분에 맞춰져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 10분 뒤에 다시 울리게 스누즈 버튼을 누르고 조금 더 눈을 붙인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가족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 식사라고 해봐야 우유를 부은 시리얼과 과일 몇 조각이 전부다. 보통은 내가 그릇을 먼저 비우고, 아직 눈이 덜 떠진 채로 숟가락을 깨작거리고 있는 딸 아이 뒤로 가서 머리를 묶어준다. 머리 묶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요령이 생겨서 꽤 수월하게 하고 있다. 이어서 8시 20분께 딸 아이의 교복을 갖춰 입히고 나도 옷을 대충 챙겨 입는다. 8시 40분이 되면 거실 한구석에서 쉬고 있던 로봇청소기가 아침 청소를 시작하고, 그 시각에 맞추어 나와 아내 그리고 딸 아이는 집을 나선다. 딸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분주한 출근 시간대의 런던 거리를 뚫고 정확히 8시 55분에 딸 아이의 초등학교에 도착한다. 교실로 들어가는 딸 아이를 향해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라고 손을 흔들어주고, 다시 15분 동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때부터는 나의 자유 시간이다. 보통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쉬고, 아내가 수업이 없는 날에는 함께 박물관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다. 나는 영국에 온 이후 음식을 거의 항상 직접 만들어 먹고 있다. 영국은 농산물부터 육류, 유제품에 이르기까지 식자재들의 종류가 다양하고 품질도 우수하다. 재료가 좋다 보니 요리할 맛이 난다. 거기에 오븐까지 잘 활용하면 제법 그럴듯한 음식이 된다. 영국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식후 졸음을 이기기 위해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신 뒤 다시 책을 집어 들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렇게 두어 시간 여유롭게 있다 보면, 손목에서 알람이 울리며 딸 아이의 하교 시간이 30분 앞으로 다가왔다고 알린다. 자리에서 일어나 15분 동안 나갈 채비를 하고 15분을 걸어서 학교에 간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딸 아이가 뛰어나오면 한 번 꼭 안아준다. 아침에 딸 아이의 손을 잡고 왔던 길을 거슬러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가족 모두 집에 모이면 드디어 내가 실력 발휘를 할 시간이다. 점심때 시도해 본 요리 중에서 괜찮았던 것들을 저녁에 아내와 딸을 위해서 다시 재현해본다. 아내와 딸이 내가 열심히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요컨대, 요즘 내 일상은 요리와 육아, 이렇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육아 휴직을 쓰고 온 공무원이 지구 반대편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두 달 동안 요리와 육아에 온몸을 바치면서 느낀바,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요리는 생각하던 대로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그 한 끼만 어떻게든 참으면서 먹으면 된다.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고 실수가 용납된다. 하지만 육아는 그렇지 않다. 육아는 한 인격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의 앞날을 위해 주어진 여건 아래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고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요리책은 안 봐도 육아책 만큼은 챙겨보려고 하는 이유다. 며칠 전에도 딸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돌아온 뒤 육아와 요리의 중간에 걸쳐있는 시간을 활용해 전자책 서점에서 읽을 만한 책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이임숙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08월 02일 출간>. 책의 제목과 목차, 더 나아가 다른 독자들의 후기를 살펴보면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해당 연령대의 자녀를 기르는 부모라면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책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16일 출간>가 육아라는 주제를 감상적으로 다루는 에세이였다면,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는 아이를 키우는 독자가 하나하나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는 실용서이다. 책의 저자 이임숙은 아동 심리 전문가로 한국독서치료학회,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앞서 15만 부가 팔린 <엄마의 말 공부 이임숙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07월 28일 출간>를 내놓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엄마의 말 공부>라는 책 제목도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하다.

저자는 정서와 인지의 균형적인 발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아이가 정서적인 안정과 인지적인 능력을 고루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감성과 이성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지식, 주의력, 자기 조절력의 세 가지 요소를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은 말 그대로 보고 들어서 머리에 담은 것으로 아이의 향후 지적 활동의 토대가 되는 것이고, 주의력은 필요한 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하며, 자기 조절력은 아이 스스로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배경지식이 많고, 들뜨지 않고 차분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아이로 키우자는 말이다. 그야말로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의 꿈이라고 할 만하다.

내가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유익하다고 느낀 점은 지식, 주의력, 자기 조절력에 관해서 이론적으로만 건드리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 이것들을 단련하기 위한 놀이 방법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나는 앞의 이론적인 부분 못지않게 놀이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고 느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부모 자식 관계가 공부라는 숙명 앞에서 한쪽은 윽박지르고 한쪽은 반발하는 방향으로 망가지기가 얼마나 쉬운가.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놀이 방법들을 잘 숙지하고 활용한다면 훨씬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꼈다.

앞에서 요리와 육아의 다른 점을 말했지만, 이 둘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하듯, 육아에도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 둘째, 좋은 재료가 있으면 그걸 실제로 잘 활용해야 한다. 셋째,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관심을 두고 노력할수록 능숙해진다. 이 책은 바람직한 육아를 위해 고민이 깊은 나 같은 부모들에게 좋은 재료가 될 듯하다. 하지만 뒤의 두 가지는 오로지 부모 본인만이 해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4~7세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직 서툴다. 공부를 어떻게 권해야 할지. 주의력과 자제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와 무엇을 하면서 놀아야 할지. 하나같이 쉽지 않은 숙제들의 연속이다. 이 책이 그러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좋은 참고서가 될 것으로 믿는다. 물론 나의 책 소개 글이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 책의 저자와 어떤 친분이 있거나 출판사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얻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읽어 보고 좋아서 추천하는 것뿐이다. 내 아이가 나에게 소중하듯 다른 아이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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