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검색 엔진에서 답을 찾고,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알고 싶을 때 지도 서비스를 이용한다. 지루할 때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이 무얼 하나 둘러보고, 그래도 심심함이 가시지 않으면 유튜브 앱을 열고 끝도 없이 펼쳐지는 동영상에 푹 빠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정말로 공짜일까. 우리는 정말 구글 검색, 네이버 지도, 페이스북, 유튜브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IT 공룡 기업들은 무엇으로 그렇게 큰돈을 버는 것일까.

소설가 마르크 뒤갱Marc Dugain과 탐사보도 전문 기자 크리스토프 라베Christophe Labbe는 공저한 책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원제: L’Homme Nu | 마르크 뒤갱 , 크리스토프 라베 지음 | 김성희 옮김 | 부키 | 2019년 07월 30일 출간>에서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공짜로 누린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들이 사실은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이용하는 대가로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것을 IT 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동안 우리의 검색 기록은 그들의 서버에 기록된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한 편을 보거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하나 누를 때도 우리의 취향과 관심사가 그들의 서버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이들 거대 IT 기업들은 우리의 취향, 관심사, 활동 지역을 빅데이터라는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팔아넘긴다. 우리에 대한 정보를 사들인 이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광고하려는 기업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일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야말로 IT 공룡 기업들의 가장 수익성 높은 상품인 것이다. 그리고 그 상품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빅데이터 시장에서 사고 팔린다.

저자들은 빅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일상이 빚어낸 빅데이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거대 IT 기업들로 인해 우리의 사생활과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혹자는 설사 빅데이터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더라도, ‘떳떳하게 산다면 무슨 걱정일까’라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사람들이 스스로 떳떳하게 여긴 것들도 모종의 의도가 담긴 가공을 거치면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하고 의문스러운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이 무언가는 빅데이터를 쥐고 있는 이들이 남이 가진 것을 뺏기 위해 끌어다 쓸 수 있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사생활이 우리를 겨누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떳떳하게 산다면 걱정 없다’가 순진한 이야기인 이유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저자들은 책 말미에 ‘접속을 끊을 권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나에게는 그 말이 ‘식사하지 않을 권리’나 ‘화장실에 가지 않을 권리’처럼 영 어색하게 들릴 뿐이다.

다만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그 시작이란 것만큼은 분명하다. 비록 우리가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그 일말의 가능성조차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직시하는 데 이 책이 나름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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