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교육이나 경험, 사고 행위를 통하여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런 일차적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안다는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자신이 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방법을 안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방법을 안다는 그 사실도 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도 있다. 나의 경우엔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모른다는 것을 안다. 안다는 것을 알거나 혹은 모르는 것을 알거나, 앎은 우리 삶에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자신감과 추진력으로 이어지고,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겸손한 마음가짐과 배움에 대한 의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안다는 것을 알 때와 비슷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를 때이다. 이것을 무지에 대한 무지라고 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잘못된 인식으로 무모한 투자를 감행하고 결국 큰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남에게 라떼 한 잔을 권하며 제 딴에는 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지식이라는 사실과 결과적으로 남에게 불쾌감만 안겨주는 행동이란 걸 스스로는 모른다.

인지과학자 스티븐 슬로먼Steven Sloman과 필립 페른백Philip Fernbach은 공저한 <지식의 착각 원제: The Knowledge Illusion | 스티븐 슬로먼 , 필립 페른백 지음 | 문희경 옮김 | 세종서적 | 2018년 03월 02일 출간>에서 무지와 착각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무지와 착각. 비슷한 의미를 가진 듯 보이는 이 두 개념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우리가 어떤 것을 모른다고 할 때 그것은 ‘무지’라고 한다. 한편, 자신의 무지 자체에 무지할 때 이를 ‘착각’이라고 한다. 달리 말해 착각이란 모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면서 스스로는 알고 있다고 믿는 상태이다. ‘무지’에 대한 ‘무지’가 ‘착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착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이다. 이것은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가 코넬 대학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제안한 인지 편향에 관한 이론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 2020. 신승건의 서재

대학원에 있을 때 들었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학생은 ‘난 무엇이든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대학원 석사 과정에 들어가면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로 생각이 바뀐다. 그러다가 박사 과정에 올라가면 ‘난 아무것도 모른다’로 생각이 바뀌고, 마침내 교수가 되면 ‘난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말하면 다들 믿는다’고 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현실에서도 이제 막 어떤 분야에 발을 들인 초심자가 흔히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해 쉽게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그때 비로소 자신의 지식수준의 부족함을 깨닫고 겸손을 터득한다.

한편, 저자들은 착각의 긍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무지에 대한 무지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고 또 거기에서 의외의 성취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지식이란 허무할 정도로 얄팍하면서도, 동시에 무한히 강력한 것인가 보다. 심지어 그 지식이 허구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이 책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사회의 소위 지식인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지식의 착각’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권하면 좋을까. 아니면 사회 초년생들이 그들의 자신감의 실체를 돌아보고 신중함을 갖출 수 있도록 권해볼까.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권하는 것 자체가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무언가 지식을 얻었다는 착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남에게 권할 게 아니라 내가 한 번 더 읽어보아야 할 듯하다.

“지식의 착각”의 1개의 댓글

  1. 좋은 책 긴여운을 남기거나 하는 책들의 공감가는 내용이나 명언들을 필사를 통해 깊게 넓게 파고 또 파서 수원지에 도달하려는 사유의 생각이 이 깊이에 이르면 ‘나는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리고 겸손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 세상의 작은 모래알 보다 작은 존재 입니다 그러니 안다는 것 착각에 빠지기 전에 알아 차림이 중요 할것 이라고 생각 됩니다 이것을 알면 어느 경지에 도달 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열심히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노력 노력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