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

인류를 위협해 온 바이러스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입니다. 바이러스는 캡시드(Capsid)라고 불리는 단백질 껍질과 유전정보를 담은 DNA나 RNA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자체로는 독자적인 생존과 번식이 불가능합니다. 바이러스는 그 크기도 0.01~0.3 µm 정도로 무척 작아서, 인류가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한 것도 20세기에 전자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였습니다.

미시적 존재인 바이러스가 때로는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입니다.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는 1981년 처음 발견된 이래 3,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인플루엔자 A형(H1N1) 바이러스는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과 2009년에 발생한 신종 플루 유행을 거치며 각각 5,000만 명과 50만 명의 목숨을 잃게 하였습니다. 또 다른 인플루엔자 A형(H3N2) 바이러스는 1968년의 홍콩 독감 유행에서 100만 명을 희생시켰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COVID-19)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전자현미경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관찰하면 바이러스 외피의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왕관을 닮았다고 해서 라틴어로 왕관을 의미하는 코로나(Corona)라는 이름이 주어졌습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일으키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도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가 어려운 이유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기본적으로 인간, 바이러스, 그리고 환경이라는 세 가지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입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도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그중에서 바이러스 자체를 통제하는 방법으로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들 수 있습니다.

백신의 원리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인체 내에 주입하여 인위적으로 면역을 형성해 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나면 항체가 붙어야 할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애써 개발한 백신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특히 한 가닥으로 이루어진 RNA 바이러스는 두 가닥으로 이루어진 DNA 바이러스보다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앞서 인류에게 큰 피해를 입힌 대표적인 바이러스로 소개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두 RNA 바이러스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실제로 HIV와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매해 유행 시기에 앞서 출현 가능성이 높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인체 내의 바이러스 활동을 직접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추가 확산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있어 전염병 통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과거 신종 플루 유행은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 덕분에 빠르게 진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백신과 마찬가지로 항바이러스제도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무기이지만,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분명한 한계를 보입니다. 그러므로 인류의 운명을 백신과 항바이러스에 전부 걸기보다, 또 다른 수단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이어가야 합니다. 예컨대,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대한 의식 확산과 더불어 원격의료나 재택근무 같은 비대면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는 어느 한순간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레 체화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축구 선수들은 축구공이 굴러가는 방향을 보고 그다음 어디로 움직일지 결정합니다. 하지만 시속 150km 넘는 속도로 하키 퍽이 날아가는 아이스하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는 축구공보다는 하키 퍽을 다루듯 해야 합니다. 일이 터진 후 대책을 세우면 되겠거니 생각하다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미래’의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에 ‘현재’의 우리가 그 대비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글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법원 사람들> 2020년 5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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