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느덧 길가에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한 꽃들이 벌써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1월 말의 겨울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움츠러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과 주말 저녁에 외식하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전염병이 잡힐 때까지 가급적 집에 있으라 하고, 또 한편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쩌나 싶은 걱정도 들고. 2020년 봄은 이래저래 잔인한 계절이다.

    그렇게 너나 할 것 없이 집밖에 나서는 걸 망설이는 사이, 환자 치료와 의약품 개발 제조에 필수적인 혈액 수급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혈액 수급은 곧 헌혈 참여도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된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거나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지난 몇 개월 동안 사람들의 활동 심리가 극도로 저하되었고, 헌혈 참여도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지난 3월 초에는 혈액수급위기단계가 ‘적혈구제재 재고 3일분 미만’임을 의미하는 ‘주의’단계까지 진입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울 때면 어김없이 힘을 모은다. 혈액 수급이 위험하다는 뉴스가 전파를 타기 무섭게, 사회 각계각층의 헌혈 참여가 이어졌다. 그런 덕분인지 지금은 혈액 수급 상황이 다소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는 현실을 생각했을 때, 혈액 수급 상황은 언제 또 악화될지 모르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헌혈을 하고 싶지만 잘못된 정보와 오해로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글을 쓰기로 했다. 헌혈과 관련해서 흔히들 궁금해하는 바들을 정리하니, 혹시 막연한 불안감으로 헌혈을 망설인 이들이 있었다면 이 글을 읽고 헌혈에 동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헌혈이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까?


    우리 몸은 남자의 경우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를 혈액이 차지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kg인 남자는 약 5,600mL, 50kg인 여자는 3,500mL 정도의 혈액이 몸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약 15%는 비상시를 대비한 여유분으로, 체중이 50kg인 여자의 경우도 500mL가 넘는다. 헌혈 시에 채혈하는 양은 최대 400mL이므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우리 신체는 자체적인 조절능력이 있기 때문에 헌혈 후 1~2일 정도가 지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혈액순환이 회복된다.

    그렇다면, 헌혈이 건강에 이로울까?

    간혹 헌혈이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헌혈하면 피가 깨끗해진다는 속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헌혈 후 다시 생성된 혈액도 원래 혈액과 같은 성분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예방 효과 등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헌혈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근거 없는 건강상의 이점을 주장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헌혈하다가 에이즈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을까?

    바늘이나 혈액백 등 헌혈에 사용되는 모든 기구는 무균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한번 사용 후에는 예외 없이 모두 폐기된다. 헌혈로 인해 에이즈를 비롯한 질병에 걸릴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헌혈하러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없을까?

    요즘에는 특히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해서 헌혈하러 가기가 망설여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에서도 그러한 우려를 모르지 않아서인지, 직원들과 시설의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헌혈의 집과 헌혈 버스에 대한 철저한 방역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 1달간은 헌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헌혈 공간 만큼은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없도록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현시점에서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은 헌혈의 집이나 헌혈 버스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헌혈을 포기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제 비로소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고 하지만, 그 말은 곧 우리가 아직 터널 속에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소리 없이 위기 상황을 넘나드는 혈액 수급도 결코 잊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엄중한 과제가 코로나19의 극복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사이 잠시 사람들의 시선 밖에 놓일지 모르는 헌혈 참여에도 더욱 큰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응급실에서 가장 조용히 있는 환자가 알고 보면 가장 위중한 환자인 법이다.

    이 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네이버 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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