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며 수첩 없이 메모하기

책을 읽다 보면 인상 깊은 구절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인생의 진리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문장일 수도 있고, 언젠가 활용할 가치가 있어 보이는 통계자료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중에 내가 생각한 것처럼 써먹기 좋은 재치 있는 표현일 때도 있다. 이처럼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글 조각을 발견하면 나중을 위해 이 구절을 따로 메모해두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한가지 걸림돌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너무 사소하기 때문에 따로 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문제인데, 주변에 펜과 수첩이 주변에 없다는 점이다. 설사 펜과 수첩이 있어서 메모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종이에 남겨놓은 글은 이동과 보관에 어려움이 있다. 수첩에 적어놓으면 결국 수첩째로 보관하거나 낱장으로 뜯어서 가지고 있거나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 경우 모두 분실의 위험이 있고 용케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내용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물론 펜과 수첩이 없더라도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말마따나 요즘 스마트폰에는 정말 훌륭한 메모 기능이 담겨서 나오고 있다. 화면 아래에 가상 키보드를 눌러서 입력하는 방식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함께 제공되는 펜을 사용하여 마치 실제 수첩에 필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책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였을 때 스마트폰만 있다면 이를 나중을 위해 남겨놓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만약 담아가고 싶은 글의 길이가 한 문장이 아니라 책의 두세 줄 혹은 그 이상이라면 어떨까. 스마트폰에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하거나 전자펜으로 입력하는 방식만으로는 분명 한계를 느낄 것이다. 그 정도 분량을 손가락이나 전자펜으로 입력하려면 적어도 1분 가까이 걸리는 걸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필기하는데 시간을 쓰다 보면 독서의 흐름도 끊기게 마련이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도 그걸 필기하기 위해서 읽던 책을 내려놓고 몇 분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면, ‘차라리 안 하고 말지.’라고 생각하며 메모 자체를 포기하기 쉽다. 결국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구절 하나를 건질 아까운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내가 오늘 소개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책을 읽다가 메모하고 싶은 문장이 나타났을 때 쉽게 메모할 수 있다. 한두 문장뿐 아니라 한 페이지 가까이 되는 긴 글도 쉽게 주머니 속에 담아둘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종이 수첩처럼 잃어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만약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내가 설명하는 내용을 응용하여 안드로이드에서 그와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메모 방법을 요약하면, 독서 중에 원하는 구절을 발견하였을 때,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이라고 부르는 기능이 있는 앱으로 책을 촬영하여 글을 추출하고, 추출한 글을 맞춤법 검사기 앱으로 실제로 말이 되는 글로 바꾼 다음, 이렇게 맞춤법 검사가 끝난 글을 메모 저장이 가능한 앱에 저장하는 것이다. 참고로, 중간에 맞춤법 검사가 들어가는 이유는 아직 번역기의 결과물이 문법적으로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독서 중에 책에서 메모하고 싶은 부분을 정한다.
  2. OCR 기능이 있는 앱으로 촬영하여 글을 추출한다.
    1. 앱스토어에서 OCR 기능이 있는 앱을 다운로드받아서 실행한다. (추천 앱: 구글 번역기)
    2. 구글 번역기의 번역 방향을 ‘한국어 -> 영어’로 설정한다.
    3. 구글 번역기의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여 책의 메모하고 싶은 부분을 ‘스캔’한다.
    4. 스캔이 끝나면 화면에 촬영된 사진이 나타나고 글자로 이루어진 부분에 네모 상자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실제로 메모에 포함하고 싶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방식으로 선택한다.
    5. 화면 상단을 보면 흰색 바탕에 한국어가 적혀있고 바로 아래 파란색 바탕에 영어가 적혀있다. 영어가 적혀있는 파란색 바탕의 우측에 있는 화살표를 누른다.
    6. 화면 상단에 흰색 바탕에 한국어가 적혀있고 바로 그 아래에 파란색 바탕에 영어가 적혀있다. 한국어가 적혀있는 부분을 누른다.
    7. 흰색 바탕에 한국어가 적혀있고 커서가 깜박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원하는 부분을 선택하여 복사한다.
  3. 추출한 글을 맞춤법 검사기 앱으로 보정한다.
    1. 앱스토어에서 맞춤법 검사기를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한다. (추천 앱: 우리말 맞춤법 검사기 Checkor)
    2. 구글 번역기에서 복사한 글을 붙여넣는다.
    3. 우측 하단의 ‘검사하기’ 버튼을 누른다.
    4. 검사가 필요한 부분에 밑줄이 표시되는데, 여기를 눌러서 제안된 내용을 보고 적절히 수정한다.
    5. 수정이 끝나면 하단의 ‘복사하기’ 버튼을 누른다.
  4. 메모 저장이 가능한 앱에 저장한다.
    1. 메모 기능이 있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한다. (추천 앱: 메모, 구글 킵)
    2. 맞춤법 검사기에서 복사한 내용을 붙여넣기하고 저장한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이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독서에서 남는 것은 마음이 움직인 글귀를 기록해 둔 메모가 아닐까. 독서하면서 메모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번거롭고 시간도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독서 자체의 흐름도 툭툭 끊어진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예 메모를 포기해버린다면 그 또한 참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메모의 불편함 때문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따로 모으는 걸 포기한 적이 있다면, 오늘 내가 소개한 방법을 속는 셈 치고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마침 주말도 되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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