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알루미늄 포켓 샤프

어른이 된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샤프를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메모할 때는 주로 볼펜을 쓰고 중요한 서명은 만년필을 이용한다. 아무래도 샤프는 학생의 필기구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나면, 샤프는 여러모로 괜찮은 필기구다. 만년필처럼 잉크가 마르지도 않고, 다 쓰고 나면 리필 심을 바꿔야 하는 볼펜보다 샤프심만 보충해도 되는 샤프는 유지비 면에서도 저렴하다. 무엇보다 종이를 스칠 때 사각사각하는 그 느낌이 좋다.

쓸만한 샤프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여러 리뷰를 검색해 보았다. 무엇보다 뚜껑이 있는 샤프를 찾았다. 학생 때야 필통에 이것저것 담아서 다녔지만, 이제는 그런 필통을 가지고 다닐 나이는 지났다. 샤프만 가볍게 지니고 다닐 수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샤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을 보호할 수 있도록 뚜껑이 있는 것이어야 했다.

몇 가지 후보가 있었다. Pentel의 Kerry가 뚜껑이 있는 샤프의 가장 대표격이었다. 1971년에 출시되어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장수 모델이라고 한다. 만년필처럼 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만년CIL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데, 그런 점들에서 내 필요에 부합하는 제품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Tombow에서 나온 Zoom 505라는 제품도 Pentel Kerry만큼의 인지도를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평이 좋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뒤로하고 눈길을 사로잡은 샤프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Ohto에서 나온 Tasche라는 모델이었다. Ohto는 필기구계의 애플로 불린다고 하는데, 그 명성에 걸맞게 군더더기 없이 아주 간결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고 가벼운 모습이었다.

Ohto의 Tasche 중에서도 은색 모델로 마음이 기울어 온라인으로 구입을 했다. 그런데 주문을 넣은 다음 날 판매처로부터 Ohto Tasche 은색은 재고가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이 모델 자체가 단종되었기 때문에 아마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두 군데 더 구입을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같은 답이 돌아왔다.

아쉬운 마음으로 Ohto Tasche와 비슷한 제품이 어딘가에 또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인터넷의 샤프 리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무인양품에서 나온 알루미늄 포켓 샤프이다. 국내에서 정식 발매된 제품은 아니라서 사용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분명 내가 찾던 것에 가장 근접한 샤프였다.

그리고 나중에 추가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내가 조금의 지체도 없이 무인양품 알루미늄 포켓 샤프를 아마존 장바구니에 넣게 했다. 이 제품은 무인양품이 Ohto사에 ODM으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참고로 널리 알려진 OEM과 다르게 ODM은 제조사가 개발과 생산을 모두 전담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품의 개발과 제조 능력은 좋지만 브랜드 파워나 판매망이 부족할 때 ODM 방식을 채택한다. 그에 비해서 OEM의 경우에는 제품의 개발 등은 주문자가 담당하고 제조사는 오로지 제조만 전담한다. 무인양품 알루미늄 포켓 샤프는 Ohto사가 무인양품의 브랜드만 빌리는 것이므로 ODM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무인양품 알루미늄 포켓 샤프는 기본적으로 Ohto Tasche와 같은 제품이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점도 있다. 무인양품에서 판매하면서 기존에 Ohto Tasche에 있던 잡다한 로고가 모두 사라지고 깔끔한 알루미늄 외장만 남았기 때문이다.

기능성

샤프 촉을 보호할 수 있는 뚜껑이 있다. 뚜껑을 닫았을 때 길이는 10cm 정도이고 뚜껑을 열어서 뒤에 꽂으면 14cm 정도로 길어진다. 길어지는 뒤쪽 부분은 속이 비어있는 뚜껑이므로 필기 시에는 저중심에 가까운 구조가 된다. 무게는 9g이다. 샤프심은 0.5mm 규격을 사용한다.

필기 시에 샤프 촉의 유격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펜 뚜껑을 뒤로 꼽은 상태에서 펜 뚜껑이 다소 흔들리는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뒤쪽 뚜껑을 열면 작은 지우개가 있으며 클리너 핀은 따로 없다.

심미성

클립과 뚜껑을 뒤에 끼웠을 때 고정하는 용도의 고무 패킹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이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다. 매우 가볍고 단순한 느낌을 준다. 무인양품의 다른 제품들처럼 상표가 전혀 없는 점도 특징이다.

내구성

펜 촉을 보호하는 뚜껑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다만 펜 뚜껑의 두께가 얇아서 뚜껑만 있는 상태에서 과도한 힘을 가하면 변형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총평

항상 가지고 다닐 목적으로 뚜껑이 있는 가벼운 샤프가 필요하다면 구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단순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필기구를 거칠게 다루는 성격이라면 적합하지 않다.

“무인양품 알루미늄 포켓 샤프”의 1개의 댓글

  1. 저도 한 40년 사용한 샤프가 있어요 볼품 없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사용하는데 지장없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잘 사용하고 있는 특별한 마음이 가는 사프 오랜 세월 함께 했는데 뭔가 모를 세월이 느껴지는 그런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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