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답을 달지 않는 이유

이 블로그는 겉과 속이 다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블로그의 뒤편에 이 모든 것을 제어하기 위한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관리자 도구나 운영자 페이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곳에 마련된 기능 중에 방문자 유입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다. 당신이 어떤 웹사이트를 찾아가려고 할 때를 떠올려 보자. 주소창에 일일이 주소를 입력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검색을 하거나 다른 곳에 올라온 링크를 클릭해서 관심 있는 페이지로 넘어간다. 방문자 유입 경로란, 이처럼 블로그 방문자들이 이 블로그에 들어오기 전 어디를 거쳤는지를 말한다. 예컨대 당신이 방금 구글 검색을 통해서 이 블로그에 들어왔다면 당신의 방문자 유입 경로는 구글이다.

방문자 유입 경로를 살펴보다가 보면, 다른 사이트 게시판이나 블로그에서 내 글을 소개한 걸 타고 방문자들이 들어온 기록이 남아있을 때가 있다. 이때는 방문자 유입 경로에 그 사이트나 블로그의 주소가 표시된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중에 특히 기분이 좋은 순간 가운데 하나다. 누군가 직접 시간을 내어 내 글을 다른 곳에 소개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보다 인상적인 일이 하나 더 있다. 힌트를 주자면, 다른 곳에 글을 소개하는 것보다 훨씬 큰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더 고마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바로 독자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그 아래에 댓글을 다는 경우다.

블로그에 글을 써서 올리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자. 블로그라는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쓰는 건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겠다는 뚜렷한 의도가 있는 행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는 건, 내 생각을 전하고 그 반응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블로그 글쓰기는 상호작용을 기대하고 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의 댓글은 상호작용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나도 한동안 내가 쓴 글 아래에 댓글이 달리는 족족 답글을 달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달리는 댓글의 개수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어떻게 할까.’ ‘그때도 내가 지금처럼 댓글마다 답글을 달 수 있을까.’

나름 진지한 고민 후에 댓글에 답글을 달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댓글이 많아진 다음에 태도를 바꾸는 것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일관된 방식을 유지하는 게 좀 더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한편으로, 시간의 효율적 사용이란 측면의 고려도 있었다. “반갑습니다.” 처럼 어디에나 갖다 붙일 수 있는 영혼 없는 답글을 다는 데 시간을 쓰는 대신, 세상에서 나만 쓸 수 있는 글 한 문장을 더 쓰는 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본질에 더욱 충실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답글이 아닌 본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정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댓글에 답글을 다는 건 삼가고 있다. 예컨대, “잘 읽고 갑니다.”라는 댓글에 “고맙습니다.” 같은 답글은 더 이상 달지 않고 있다. 앞서 말한 ‘일관성’을 위해 이전에 내가 단 답글도 모두 제거했다.

다만, 정보의 출처를 명시하는 등의 확실한 목적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현재 이런 예외에 해당하는 답글은 블로그 전체를 통틀어서 다섯 개가 전부다.

당부컨대, 내가 댓글을 무시한다고 생각지는 말았으면 한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글 아래 달린 모든 댓글을 모두 꼼꼼히 읽고, 좋은 내용은 따로 메모하기도 한다. 댓글을 달아주는 모든 독자에게 항상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 그러니 댓글에 답이 달리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아래에 있는 ‘공감/비공감’ 버튼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한다. 이 버튼의 용도는 독자들끼리 간단하게 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나 스스로 댓글을 달아준 이들에게 소소하게나마 감사의 표시를 남기려는 목적도 있다.

요컨대, 댓글에 똑같은 답글을 달기 위해 쓰던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조금 더 글쓰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게 내가 댓글에 답을 달지 않는 이유다.

“댓글에 답을 달지 않는 이유”에 대한 3개의 생각

  1. 무심코 넘어가는 댓글달기가 글쓴이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종종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승건님 글 덕분에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어느 순간 저도 글쓴이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댓글로 나름의 감사를 표시하곤 합니다
    오늘 글을 읽고 댓글에 대한 답글이 시간적 소요도 생각해보게 되었네여
    나 이외의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며 살아가야지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의미없는 답글을 남기기가 싫어 답글에 많은 시간을 들여 적다보면 많지도 않은 댓글인데도 불구하고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 삶의 주객이 전도 되기도 하고, 바쁜때는 넘어가다보면 댓글 받은분과 받지않은 분의 기분이 다를까 걱정도되고…
    이 일은 비단 블로그 글 뿐 아니라
    밴드에 올리는 글, 타인의 글에 대한 답글, 단톡방의 댓글 범위에도 필요한 고민이더라구요.

    신승건님의 생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저만의 기준을 세워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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