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 쓰는 방법

요즘에는 도통 글쓰기가 어렵다. 일주일에 글 하나를 올리지 못한다. 직장에서 일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하다가도, 지금보다 더 바빴던 레지던트 시절 일주일에 서평 두 편씩을 올리던 걸 생각하면 바쁘다는 건 그저 핑계일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마침 주말 내내 폭염으로 밖에 돌아다니기도 힘든 차에, 에어컨 아래에서 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게 세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첫째, 글을 쓰는 도구에 집착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쓰기에 앞서 최적의 글쓰기 도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게 그저 쓸데없는 고민만은 아니다. 글을 쓰는 내내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앱에 기록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태블릿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여 쓰는 게 더 좋을까.’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펜을 들고 종이에 직접 쓰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다.’ 이렇게 정답 없는 고민이 계속 이어진다.

문제는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한 고민은 저 뒤로 미루어 두고, 어떤 도구를 쓰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는 데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정작 글쓰기 자체는 게을리하고 만다.

둘째, 주제 파악을 못 했다.

여기서 말하는 주제 파악을 못 했다는 것이 건방지게 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에게 맞는 주제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주제를 찾지 못하는 건 다시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내가 믿지 않는 바를 쓰는 것’과 ‘내가 모르는 내용을 쓰는 것’이다.

전자는 자기의 본래 진심과 다른 내용을 쓰기 때문에 글에 성의가 없게 된다. 독창적인 생각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중언부언한다. 후자는 글에 자신감이 사라진다. 자기도 잘 모르는 걸 쓰니까 혹시라도 더 잘 아는 사람이 나타나 반박을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하게 된다. 그런 소심함이 글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온다. 결국 두 경우 모두 두루뭉술하고 타격감이 없는 글을 쓰는 결과로 이어진다.

셋째,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했다.

천재가 아닌 이상,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며 그것도 단번에 술술 써 내려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글을 쓸 때 미리 그 글의 기본 뼈대를 만들어 놓고 시작한다. 그렇게 해야 글의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나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다. 글의 기본 뼈대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만 집착하면서 정작 실제 내용이 되는 살을 붙이지 못한 채로 시간만 하염없이 흘려보낼 때가 있었다. 비슷한 경우로, 글을 쓰는 중간중간마다 멈춰서서 퇴고나 다름없는 검토를 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거라며 자신을 설득한다.

글을 쓸 때마다 ‘도구’에 집착했고, ‘주제’ 파악을 못 했으며, ‘완벽’에 발목이 잡혔다. 그래서 글쓰기가 힘들었다. 결국, 그놈에 욕심이 문제다. 글을 쓰는 건 욕심이 앞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하지만 아는 걸 다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사람이기 때문에, 꾸준히 쓰는 거 말고는 답이 없을 듯싶다. 우직하게 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그러게, 알면 알수록 쉽지 않은 게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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