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에 갇힌 사람들

우리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나는 별을 항성이라고 한다.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 같은 별을 행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번 상상해보자. 먼 훗날 어떤 이유로 지구가 궤도를 벗어나서 더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생명체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원래의 자리를 벗어난 행성들도 많다. 은하수에만 이런 행성들이 10억여 개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들을 떠돌이 행성rogue planet이라고 한다.

떠돌이 행성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항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게 여겨지는 가설은 ‘두꺼운 얼음층 밑에 존재하는 바다’이다. 이 가설의 요지는, 떠돌이 행성의 표면의 바다가 얼어붙어서 두꺼운 얼음층을 형성하고 그 얼음층 밑에는 행성의 지열로 액체 상태가 유지되는 바다가 있다는 것이다. 얼음층 아래의 세상에는 나름의 생태계도 있을 것이다.

현재 인류의 과학 수준으로는 떠돌이 행성에 다가가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도전이다. 얼음층 아래의 바다에 생명체가 사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우주 어딘가 얼음층 아래에 생명체들이 산다면, 인간과 그들은 알아도 서로 만날 수 없는 그런 관계인 것이다.

떠돌이 행성과 그 행성이 품은 미지의 생명체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일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마다 손바닥에 놓인 작은 얼음층을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서로 진심을 나누지는 못하듯 하다.

유리 화면 너머에 화소로 이루어진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의 유리 화면에 화소가 되어 있을 또 다른 당신의 모습. 실제는 뒤로 숨고 허상만 남았다. ‘연결’을 위해 만든 장치는 ‘단절’을 부르고,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 ‘집착’을 나눈다. 손에 쥔 작은 얼음판이 삶을 가두는 동안, 우리들은 스스로 우주를 떠도는 떠돌이 행성을 자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글은 시청록입니다.
시청록에서는 혼자만 보기 아까운 영상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려면 아래 무료 이메일 구독을 신청하십시오.

“얼음 속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1개의 생각

  1. 마지막 단락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연결을 위한 장치를 들여다보느라 정작 피가 흐르는 따끈한 사람과는 오히려 단절되고 있다는 것. 허상과 실상의 혼돈 속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얼음 별 인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일단 옆의 별자리에 있는 식구들 부터 잘 챙겨주고 말이죠.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