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사람은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지난 삶의 순간순간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사람은 무엇을 가장 후회하게 될까. 살면서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까.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사랑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일 중독자들에게 가끔 주변을 돌아보라 할 때 흔히 인용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과 기계를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를 짚어내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기계는 어떤 특정한 일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반면, 인간은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기계에는 나름의 용도가 있다. 그 용도는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거나 뛰어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쉽게 말해 인간이 힘들어하거나 하지 못 하는 일을 하는 것이 기계다. 기계에게 역사책이 있다면 처음에는 인간의 능력을 보조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인간을 뛰어넘는 기록이 적혀있을 것이다. 그 역사책의 가장 최근에 쓰인 장에서, 기계는 인간의 지적 능력마저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는 그걸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세를 불려가고 있다. 요즘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사람이 전화를 받는 일이 드물다. 트럭 운전처럼 직관적인 능력이 필요한 일들도 점차 인공지능이 담당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외과 수술처럼 인간만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던 분야마저도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내다보면 대다수의 사람이 실업자로 내몰리는 건 시간문제인 듯하다. 점차 갈 곳이 사라지는 인간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곧 다가올 게 뻔히 보이는 위협이지만 이를 피할 방법을 모르기에 느끼는 절망도 더 깊다. 도망갈 곳 없는 해변에서 쓰나미가 덮친다는 사이렌을 듣는 것처럼, 우리 인류는 그 위험을 명확하게 예상하면서도 피할 방법은 알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앞으로도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간 고유의 따뜻한 마음을 발휘할 수 있는 일들이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돕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에 열정을 느낀다. 자신의 경험과 영향력을 활용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 고유의 보람과 열정을 살리는 활동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인간이 할 일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모두 사라질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창의적인 발상으로 자신의 역할을 탐색하는 과정 자체, 그 희망적 자세야말로 인공지능은 결코 넘볼 수 없는 인간의 힘일지 모른다.

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는 일들. 하지만 그동안은 돈을 버는데 매여있느라 마음껏 하지 못했던 바로 그 일들. 그게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요컨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가져가는 건 그 자체로 재앙도 축복도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삶을 휴가처럼 보낼지 실업자처럼 보낼지는, 우리 각자가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쓸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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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논의는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논의의 초점은 일자리를 잃은 인간이 어떻게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그리고 ‘노동하는 인간’이 ‘유희의 인간’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로봇이 창출한 부를 어떻게 재분배 할 것인가에 맞추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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