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

몇 년 전 이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나는 서평 쓰기부터 시작했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글쓰기 초심자로서 서평이 가장 무난한 글감이었기 때문이다. 남이 쓴 책을 읽고 생각을 남기는 게 아무래도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서평을 쓰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서평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글감 선정의 편리함보다 더 큰 동기가 사실 따로 있었다. 서평을 시작하던 당시, 나는 예비 아빠였다. 몇 개월 뒤 세상에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서평을 시작한 것은, 아빠로서 아이에게 독서하고 사유하는 본보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아이를 위해 서평을 쓴다는 것이 ‘나중에 읽을 책을 미리 골라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거 읽어봐라 저거 읽어봐라 말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빠가 이런 책이 좋다고 권한다 하여도, 아이가 그 말을 듣고 그 책들을 찾아볼 것 같지는 않다. 설령 마지못해서 잠깐 책 읽는 흉내를 낸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흉내일 뿐 결코 진심에서 우러나온 독서가 될 수가 없다. 그럼 이곳에 서평을 남김으로써 나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떤 말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틈틈이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남기는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려고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내 아이가 이 블로그를 구경할 모습을 나는 종종 상상한다. 아이는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과 그것들을 읽으며 남긴 생각의 흔적들을 찬찬히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는 무언가 아빠가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자 노력했다는 걸 느낄 것이다. 아빠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 서평 블로그는 훗날 아이 곁에서 책 읽으라는 잔소리보다 훨씬 강력하게 독서를 권하는 힘을 가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한편, 얼마 전부터 내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거침없이 일상 속으로 파고든 유튜브의 등장이다. 예전에는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였는데, 이제는 십중팔구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중하는 것의 상당수가 유튜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통계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2018년 5월 한 달 동안 국내 모바일 앱 사용자들의 동영상 시청 현황을 분석해보니, 유튜브의 동영상 모바일 앱 점유율이 86%에 달했다고 한다. 한편, 시장조사 업체 엠브레인의 2918년 9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9~59세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유튜브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요즘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직 서너 살 밖에 안되는 내 아이도 능숙한 손놀림으로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동영상을 찾아본다. 그만 보게 하려고 하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하지만 부모 마음이란 게 그렇다. 세상 사람 모두가 유튜브에 열광하고 있어도, 자기 아이는 유튜브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요즘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다들 공감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유튜브가 아이들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가운데 제임스 브리들James Bridle의 TED 강연은 눈여겨볼 만하다. 작가 겸 예술가인 그는 유튜브에 넘쳐나는 아동용 동영상의 실태를 고발한다. 그는 유튜브에서 공유되고 있는 아동용 동영상의 문제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일단, 급조된 저질 동영상이 넘쳐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장난감의 포장을 뜯는 걸 촬영해서 올린 동영상이다. 이런 동영상에는 아이들을 위한 유익함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맥락조차 없다. 그저 아이들의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게 만들어진 목적의 전부다. 이런 동영상들은 주로 광고 수익을 노리고 급조되는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정서 발달 같은 교육적인 목적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아니, 그냥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극히 해로운 영향을 미칠만한 것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이다. 유튜브는 시청자가 보던 동영상이 끝나면, 뒤이어서 좋아할 만한 다른 동영상을 추천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이들 대부분은 그게 무얼 말하는지 이미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알고리즘이야말로 유튜브가 오늘날 인터넷을 점령하게 한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여기에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있다. 어른인 우리는 추천된 동영상이 자기의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있다. 유튜브가 추천한 동영상을 보고 감탄할 수 있는 것도 그 동영상이 자신에게 딱 맞는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주는 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알고리즘은 간혹 아이들이 도저히 봐서는 안 될 동영상도 아이들 눈앞에 내민다. 예를 들면, 어린이 만화 주인공이 성행위를 하는 비정상적인 동영상도 아이들이 보던 만화들에 섞여서 나타날 수 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유튜브의 영향력이 확산되고 그에 따라 부작용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노출된 자극적인 영상은 그 이후의 일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더욱더 우려스럽다. 자연스레 고민이 이어졌다. 현시점에서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유튜브가 내 아이의 정신을 병들게 하지 못하도록 내 나름대로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시간이 흐르며 나는 유튜브 시청에 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성격상 애매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명확한 형태로 만들어둬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야 거기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도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튜브 사용에 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유튜브도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스마트폰 유리 화면에서 움직이는 유튜브도 종이 위의 글이 쓰여있는 책처럼 지식을 전달하는 여러 방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 자체로는 유익하지도 해롭지도 않다.

둘째, 좋은 도구인지 나쁜 도구인지 판가름하는 것은 오로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른다. 유튜브에는 쓰레기 같은 동영상도 넘쳐나지만, 종이책 이상으로 가치 있는 지식을 전하는 동영상들도 있다. 무엇을 선택하여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각자에게 달린 문제다.

셋째, 유튜브 열풍은 일개 동영상 서비스의 인기를 넘어선 하나의 현상이자 시대의 흐름이다. 동영상이 문자나 사진과는 또 다른 중요한 정보의 근원이 되었다는 의미다. 새로운 것이 익숙지 않다고 무조건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중심을 잡고 유익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한 대처다.

나름의 깊은 고민을 거쳐서, 이제 내 방식대로 해결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본적인 전략은 새롭지 않다. 내가 서평을 썼을 때 세웠던 것 그대로다. 블로그를 만들고 서평을 남겼을 때처럼, 유익한 동영상을 보고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이 블로그 글의 세 개 가운데 하나는 동영상 시청록으로 채워졌다. 블로그 글 절반을 점하는 서평 독서록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 이 글을 포함해 빠르게 늘고 있는 중이다.

요컨대, 내가 이 글들을 통해 이루려는 건 단 하나다. 내 아이에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쓰레기들을 멍하니 쳐다보는 것이 유튜브를 활용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다. ‘유튜브를 활용하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게 과연 어떤 것인지 내가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만들어 보여줄 것이다.

“내가 이걸 보고 이런 걸 배웠으니 너도 여기서 말하는 걸 잘 기억해둬.”라며 어떤 지식을 전하려는 게 아니다. 옳고 그름을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다. 나의 아이는 나와 다른 인격체고 또 자기 나름의 가치관을 엮어갈 것이다. 훗날 내 아이는 내가 남겨 놓은 시청록들을 살펴보며, 유튜브도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생각을 확장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아빠로서 하고자 하는 건 사고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그 모습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시청록의 목적은 ‘가르침’이 아니라 ‘보여줌’이다.

조금 더 바란다면, 나는 내 아이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유튜브가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 자리는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의 몫이 될 수도 있다.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마약이지만, 지혜롭게 활용하면 인간의 능력을 전에 없이 확장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강력한 도구들이다. 시간이 더 흘러서 아직은 그 존재조차도 알려진 바 없는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그것을 도구로써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목적에 맞게끔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 주어졌는지’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활용하고자 한 목적’이다. 나의 아이가 언젠가 이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러한 바램을 품고, 내 능력껏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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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4개의 생각

  1. 무조건 차단하거나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지혜로운 방법이 무엇일까 저 또한 고민이 많이 됩니다. TV가 차지하던 “바보상자” 논란의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크다는 것을 직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분별력이 함께 자랄 수 있도록 안내할 의무와 책임이 어른 세대에 있다는 점에서 저또한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에서 지혜를 얻어 나눠보겠습니다.

  2. 선생님의 생각이 모든 부모들,어른들의 바르게 가고자하는 뜻과 다르지 않겠지요.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리고 모두가 하고 싶었던것을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항상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3. 두 아이의 아빠로서 크게 동감합니다. 언젠가 ‘뇌 다이어트’란 주제로 써 보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정크 푸드를 가까이 하면 뚱뚱해지듯이, 뇌 역시 정크 컨텐츠에 자꾸 노출되면 ‘뚱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크 컨텐츠를 막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기 나름의 기준에서의 정크를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 것 같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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