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만든 인공지능

세계 최대의 IT 및 가전박람회인 CES 2019가 오늘부터 3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해마다 관련 업계의 주요한 화두를 이끄는 세계적인 박람회로, 올해는 특히 인공지능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제품들이 그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 인공지능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요즘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시리Siri부터, 여러 사진들 가운데서 내 얼굴을 찾아주는 구글 포토Google Photos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한 사이에, 인공지능은 신기함의 영역에서 편리함의 영역으로 조용히 넘어왔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이들은 앞으로 한층 강력해진 인공지능이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너무 강력해진 나머지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사실 이제까지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에 비교했을 때 결정적으로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인간은 글도 쓰고 계산도 하며 길도 찾는다. 이렇게 인간의 지능은 어떤 특정한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반면에,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특정한 용도와 목적이 있다. 구글 포토는 사진을 구분할 수 있지만 음성을 인식하지는 못하고, 시리는 음성을 인식할 수 있지만 사진을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구분이 무의미해질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지능처럼 어느 목적으로든 다재다능하게 활용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인공지능 출현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공지능을 ‘어느 용도로든 활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의미로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이라고 한다. 현재 많은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머잖은 미래에 범용 인공지능이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곰곰이 생각해볼 것이 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발전을 주도한 것은 우리 인간이었지만, 머잖은 미래의 언젠가는 인공지능 스스로 그 발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범용 인공지능에서 ‘범용’이라는 말은 인간의 모든 지적 작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지적 작업에는 ‘또 다른 인공지능의 개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개발을 인간이 주도하는가 아니면 인공지능이 주도하는가. 이 두 가지는 무척 큰 차이가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상황에서는, 인간이 그 결과물인 인공지능의 수준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너무 똑똑해서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또 다른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상황에서는 어떨까. 그때도 여전히 인간이 인공지능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남아있을까. 아마도 그 단계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적 존재가 되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범용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때 가서 범용 인공지능이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늦을 뿐 아니라 의미도 없다. 이미 인간의 힘으로 인공지능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해 존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을 기회는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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