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이 1859년 <종의 기원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진화론을 주창한 이래로 창조론과 진화론은 반복되는 논쟁거리였다. 이 오래된 논쟁은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그 양태가 바뀌어왔지만 그러면서도 변치 않는 어떤 일관된 맥락이 있다. 진화론자들은 창조론자들을 두고 종교에 눈이 멀어 과학과 이성을 부정하는 이들이라고 한다. 반면,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자들을 향해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신이 아는 게 전부인 줄 아는 오만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을 묻는다면, 진화론이 정론이다. 창조론은 신화로서 연구될 가치는 있을지는 몰라도, 과학의 일원은 아니다. ‘믿을 수 있는 것을 믿는 것’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창조론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이런 것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라고 한다.

그런데 거의 모든 진화론자가 생각조차 못 하고 지나가는 게 하나 있다. 오늘날 진화론조차도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척 흥미로운 지적인데, 믿고 싶은 것을 과학으로 오해하는 창조론자들의 모습을, 그것을 비판해온 진화론자가 그대로 답습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진화론자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건 이런 것이다. 진화론자들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출현한 생물들, 특히 동물들 가운데 가장 우월한 존재라고 말한다. 진화론자들이 인간을 동물들 가운데 가장 우월한 존재로 보는 근거는, 인간이 진화의 시간표에서 가장 마지막에 서 있다는 해석에 있다. 즉, 우리 인간이 돼지나 소보다 더 많은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이다.

진화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닭이나 원숭이도 그들 나름의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현시대에 우리와 공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합당한 진화론적 해석이다. 다른 동물들이 인간의 미완성품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다른 동물의 개선품도 아니다. 다른 동물들을 인간보다 진화가 덜 된 모자란 존재로 여기는 것은, 단지 우리가 진화론을 믿고 싶은 대로 믿은 결과일 뿐이다.

여기서 한가지 유념할 점은,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진화론적 믿음이 다른 동물들을 철저히 도구화하는 과정에서 인간 스스로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흔히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이자 이 땅의 주인이므로 다른 생명체들을 용도에 맞게 써도 되는 권한이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가져온 전 지구에 걸친 병폐는 여기서 굳이 세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이미 쉽게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진화론은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생명체들의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과학적 정론이다. 하지만 그 과학이란 것도 사실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 달리 말해 진화론을 해석하는 우리 인간의 자세다. 우리가 진화론을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다면, 그것은 창조론이 과학이라고 우기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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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는 알겠지만 조금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댓글 답니다..
    기본적으로 진화생물학은 ‘더 진화한 생명체 = 우월한 생명체’라는 공식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진화라는 것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우성/열성의 단어 표현과 같이 ‘더 나은 쪽으로 변화했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진화’는 단순히 ‘현재 처한 환경에 적응하였다’의 의미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류가 1만년이 흘러 화성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해도 그것은 단지 ‘아 인류가 화성 환경에 적응했구나’ 정도의 의미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보았을때 ‘인간이 우월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생학적 프레임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환경에 ‘적응’한 생명체는 있어도 ‘더 나은’ 생명체는 없는 것이니까요.

    나중에 시간이 되신다면 Skeptic이라는 잡지를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철저한 회의론적 접근으로
    세상 여러 현상을 분석하는 글이 많이 있습니다.^^

    1. 중요한 지적입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진화생물학에는 우열의 개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에서는 우생학으로 오해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진화생물학이 우생학으로 변질하는 것을 우려합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창조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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