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가 쓰고 싶은 글

넋 놓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기막힌 생각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이 생각의 조각들을 꼭 글로 옮겨두어야겠다는 욕구가 솟구친다. 내가 지금 이 생각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이 기발한 생각이 망각의 저편으로 넘어가 버리면, 언제 또다시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조바심마저 든다.

상황이 당장 긴 글을 쓰기에 여의치 않으면,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서 짧게라도 생각을 적어둔다. 기억에만 의지해도 나중에 다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다가 불완전한 기억력에 당해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글을 쓸 수 있을 때 기억을 더듬어갈 수 있으려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은 짧게라도 메모로 남겨두는 게 안전하다.

그렇게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있어서 글을 쓸 때는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한 문장을 쓰는 동안 다음 문장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줄을 서고 기다린다. 글을 다 쓰고 나면,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은 글이 된다. 사람 마음이란 게 다 비슷해서 그런지, 편하게 쓴 글은 공개되기 무섭게 인터넷을 타고 이곳저곳으로 쉴 새 없이 옮겨진다.

반면에, 꼭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의무감 때문에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었고 뭔가 묵직하게 느낀 바는 있지만, 딱히 글로 옮겨서 쓸 내용이 없을 때가 그렇다. 그때는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무게도 좀 잡게 된다.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쓰고 나서도 많이 고친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글을 쓴 내가 읽기에도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올 한 해에는, 그런 짓은 그만해야겠다. 쓰고 싶지 않은 글은 과감하게 버리고 정말 쓰고 싶은 글들만 써야겠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가장 나다운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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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한 4개의 생각

  1. 쓰시고 싶은 글 많이 쓰시는 한 해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지난 한 해 공감가는 글을 읽는 기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 문득, 특히 욕실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딱 좋을만큼 한잔 하고 들어온 날이면 더욱 그런적이 꽤 있답니다. 씻는 중이라 있다가 적어 봐야지라고 하지만 씻고 나면 슬그머니 다 도망가 버려 아쉬워 입맛만 다신적도 있지요 말씀 공감 하고 갑니다.

  3. 하고 싶은 말을 신나게 할 때, 기분 참 좋죠. 내가 신나게 쓴 글은 세상도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4. 의무감에 글을 쓰게될 때가 있지요. 공감합니다. 지난 2018년에 ‘신승건의 서재’를 알게된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올해도 유익하고 알찬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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