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을 느끼고 실패하기

누구나 그렇다. 성공은 드러내면서 실패는 숨기고 싶어 한다. 나부터도 이제껏 이력서를 쓸 때마다 그럴듯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남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솔직히 주저하게 된다.

실패를 부끄럽게 여기는 건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남들의 시선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입장에서 유추한 남들의 시선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실패했던 사람으로 업신여길까 봐 지레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어떤 사람이 자기의 실패 경험을 사람들 앞에 나서서 공유한다고 해보자. 당신 눈에는 그 모습이 한심해 보이는가. 아니다. 오히려 용기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당당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한편, 성공은 실패보다 해로운 면이 있다. 특히 거듭된 성공의 경험은 독이 될 수 있다. 같은 방식을 답습하다가 정말 크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게 무너지는 것마저도 또 다른 실패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배움을 구하는 자세일 뿐.

아무튼, 여기까지는 개인적 차원의 이야기다. 실패가 부끄러운지 아닌지, 혹은 이로운지 아닌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다. 남들은 그저 조연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개인의 실패는 개인적인 선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개인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실패의 전부가 아니다. 그 경험을 위해서 자기 자신과 주변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게 된다면, 이와 동시에 알게 모르게 그가 속한 사회에 물질적, 정신적 부담을 남기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패한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안전망을 이용하게 될 이들에게도 책임 있는 자세는 필요하다. 실패를 구제하는 것은 귀한 사회적 자원을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패하여 구제받는 이들에게 일말의 책임감마저 없다면, 결국에는 그들을 구제하려 했던 사회 자체가 실패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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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느끼고 실패하기”에 대한 1개의 생각

  1. 실패로부터 배우지만 주변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말이 묵직합니다. 크고 작은 실패가 많은 저로서는 부끄러워 하지 않되 주변에 항상 감사해야할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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