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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을 내려놓는 사람들

씽씽이라는 음악 그룹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면 여느 록밴드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알게 모르게 독특한 느낌이 드는데, 그 독특함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 적잖은 충격을 경험한다. 바로 이들의 음악이 우리나라의 민요이기 때문이다.

씽씽의 음악은 전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 그룹의 리드 보컬인 이희문은 민요를 재미 삼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사실 중요무형문화재 57호 경기 민요의 이수자다. 경기 민요의 가장 표준이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그가 민요를 록 음악으로 재해석하여 세상에 내보였다. 적잖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텐데, 아마도 민요를 즐기는 사람이 거의 사라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런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환영보다는 비판이 많았다. 무엇보다 주변 동료 소리꾼들의 비난이 적잖았다고 한다. 전통을 훼손하고 이상한 짓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우리 민요가 뻣뻣함을 떨쳐내고 새롭게 재탄생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그는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지던 민요도 얼마든지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미 많은 것을 갖추고 그저 누리기만 해도 되는 이들이 새로운 길로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요무형문화재로서 후학을 양성하며 느긋하게 살 수 있음에도,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희문 명창의 행보가 대단해 보이는 이유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사람들”의 2개의 댓글

  1. 우리의 것.대한민국 국민들도 외면하는 민요를 이렇게
    획기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전통과 형식이 중요하지만 든는이가 외면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도와 주지는 못 할 망정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지요 .
    정말 잘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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