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녀의 이야기

미정 씨(가명, 현재 48세)의 가정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당연한 일상이 어떤 이유에선지 미정 씨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평생토록 운명의 굴레를 이겨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갔다.

미정 씨가 세 살 때 일이었다. 미정 씨의 어머니(현재 77세)는 남편이 몰래 다른 여자와 딴집살림을 차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정 씨의 어머니는 단호했다. 미정 씨가 눈에 밟히긴 했지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홀로 키워내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미정 씨의 어머니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미정 씨의 어머니는 길가에 작은 옷가게를 열고 시장에서 옷을 떼어다 팔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미정 씨에게 예쁜 옷 하나 더 입히고 맛있는 음식 하나 더 먹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말 그대로 억척스레 미정 씨를 키워냈다.

미정 씨는 학창시절 내내 어머니가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대학에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곧바로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미정 씨는 특유의 성실한 성격 탓에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얼마 후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다. 이때만 해도 미정 씨는 앞으로 다가올 행복한 날들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정 씨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겠지 생각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두통은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하루에도 몇 번씩 넘어졌다. 미정 씨도 몸에 무슨 문제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힘들게 살던 터라 자기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병원 진료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2000년 평상시처럼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미정 씨는 또다시 쓰러졌다. 이번에는 병원에 실려 갔다. 의사로부터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당시 미정 씨의 나이 30살이었다. 한창 일에 몰두하며 직장동료들에게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가정도 이루었다. 이제야 긴 어둠의 터널에 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미정 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또 다른 터널의 입구였다.

병상의 미정 씨를 돌보는 건 결국 가족의 몫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남편이 곁을 지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미정 씨 곁을 떠났다. 결국 미정 씨와 남편은 오랜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시간이 흐른 후, 미정 씨는 남편이 자기 앞으로 보험을 들어놓았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런데 보험수익자가 미정 씨 아닌 남편이란다. 미정 씨와 어머니는 그러면 그럴수록 서로를 더욱 의지하며 잔인한 시간을 버티어 나갔다.

그렇게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병원에서조차 할 방안이 없다며 퇴원을 권했다. 미정 씨는 2017년 요양병원 퇴원을 끝으로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긴 세월을 지나며 망가진 것은 미정 씨의 몸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넉넉하지 않던 집안 살림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정 씨의 어머니는 딸에 대한 의무감으로 온종일 병상 곁을 떠나지 않았다. 미정 씨 남편은 연락이 끊긴 지 오래지만, 보험 때문인지 이혼에는 응하지 않는다. 차라리 이혼이라도 한다면 다른 쪽으로 지원받을 방안이 있을 텐데, 남편이 있어서 그조차도 어려웠다. 마땅한 고정수입이 없는 상황에 투병에 따른 비용이 더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인 부담이 무섭게 쌓여갔다.

미정 씨는 이미 루게릭병으로 몸이 극도로 나빠진 상태다. 재활 치료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오로지 눈빛과 신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미정 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삶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까지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는 게 미정씨가 바라는 전부다. 늘 고생스러웠던 그들 모녀의 삶, 떠나기 전 마지막 시간이라도 조금 더 따뜻할 수 있도록. 당신의 관심과 후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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