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잡아내는 ‘말미잘’

올여름 참 더웠다. 하지만 때가 되면 계절도 바뀌는 법.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부는 시절이 돌아왔다. 여기서 또 얼마가 지나면 싸늘한 초겨울 바람이 거리의 먼지를 쓸고 다닐 것이다. 지금 같은 때에 미리미리 조심할 게 있다.

뇌졸중은 뇌에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신체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말한다.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되는 뇌출혈이 있다. 뇌경색이 70% 정도로 더 흔하다.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쐬게 되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뇌의 무게는 체중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류의 15%를 사용하고 산소 소모량도 몸 전체의 20%에 이른다. 정상적으로 혈류 필요량이 많은 뇌이기에 혈류가 차단되면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므로 뇌졸중은 치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다.

예방의 핵심은 뇌졸중을 ‘의심할 만한 신호’가 나타났을 때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평소에 이 ‘의심할 만한 신호’를 알고 있다면, 주위의 누군가가 뇌졸중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 때 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그 누군가가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고.

미국 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는 FAST라는 단어로 뇌졸중을 ‘의심할 만한 신호’를 정리하여 널리 알리고 있다. F는 Facial drooping의 첫 글자로, 웃음을 지을 때 얼굴 한쪽이 늘어진 상태를 말한다. A는 Arm weakness의 첫 글자로, 한쪽 팔이 다른 쪽보다 약해진 상태이다. S는 Speech의 첫 글자로, 말이 어눌해지면 뇌졸중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T는 Time의 첫 글자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컨대, 웃을 때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비뚤고(F), 한쪽 팔이 다른 쪽 팔보다 약하며(A), 말을 평소와 달리 어눌하게 하면(S), 곧바로(T) 병원으로 가야 한다. FAST는 빠르다는 뜻이므로 외우기도 쉽다.

근데 그건 영어를 쓰는 미국 사람 이야기다. 미국 심장학회가 만든 암기법이니 어쩔 수 없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르신 가운데 FAST를 떠올릴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영감, 지금 FAST인가 보오. 어서 병원에 가보세.”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가 얼마나 될까.

전후 폐허 속에서 우리나라를 이만큼 살게 해주신 어르신들이다. 가끔은 엉뚱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집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의 기반을 마련해준 고마운 분들이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암기법을 직접 고안했다. 자 지금부터 기억하자.

말.미.잘.

‘말’은 말이 어눌해진다는 의미다. ‘미’는 미소가 어색하다는 의미다. ‘잘’은 잘 들지 못한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서 들지 못하는 대상은 팔이다. 신체 부위 중에서 ‘들다’하고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은 팔이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미의 T는 뺐지만, 상식적으로 ‘말미잘’로 뇌졸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느긋하게 있을 사람은 없다. 어르신들 모습에서 ‘말미잘’이 확인되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한다. 같이 한번 따라 해보자. 말. 미. 잘. 은근히 입에 착착 감기지 않는가.

‘말미잘’ 암기법이 널리 알려질 수 있다면 좋겠다. 굳이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좋다. 한 분의 어르신이라도 좀 더 건강하고 편안한 노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다. 찬 바람 부는 계절 ‘말미잘’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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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잡아내는 ‘말미잘’”에 대한 2개의 생각

  1. 친정 아버지 며칠전 뇌경색으로 익산
    원대병원 치료중입니다
    119로 갔지만 빨리 치료받지 못해 반신불수
    언어장애에 식구들 초비상 입니다~
    2년전 뇌출혈수술 받아서 회복되었는데
    지금 너무도 힘든상황
    말미잘 조금더 빨리 배웠다면 두시간쯤
    빨리 불렀을지도 ᆢ그래서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을수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티 찍고 엠알아이 찍고
    아침에 결과가 나와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하고있습니다ㆍ

    1. 힘내시라는 말조차 상처가 될까 조심스럽습니다.
      그 무거운 마음을 그저 남에 불과한 제가 어떻게 다 헤아리겠습니까.
      아무쪼록 어려운 시기, 힘내 버티시려면 건강이라도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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