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졌기 때문인지, 요즘 주변에 마른기침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며칠 전부터 목이 간질간질하더니 기침이 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으로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이 종종 물어보는 것이 있다. 이게 혹시 독감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이들에게 두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첫 번째 좋은 소식은, 지금 목이 칼칼한 증상이 독감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통상 독감은 12월을 시작으로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 감기 증상이 있더라도 독감일 가능성은 극히 낮으니 그냥 약 먹고 푹 쉬면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좋은 소식은, 사실상 더 좋은 소식인데, 지금이 바로 올겨울 독감을 미리 막기에 최적의 시점이란 사실이다. 바야흐로 독감 예방 접종 시즌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독감은 매년 12월 무렵부터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독감 예방 접종은 접종 직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체내에서 면역이 형성되기까지 한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시간을 거꾸로 계산해보면 여유 있게 10월 중인 지금 예방 접종을 하는 게 좋다. 독감 예방 접종의 효과는 6개월 정도 지속하므로 지금 맞아두면 내년 봄까지 독감을 예방할 수 있고, 그동안 최대 90% 이상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독감 예방 접종이 독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접종률은 매년 20~30%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독감으로 2천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면서도1 2 예방 접종률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이런 낮은 접종률에는 독감이란 명칭에서 감기라는 흔한 질환의 이름이 연상되는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흔히 독감flu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식 명칭은 인플루엔자influenza다. 그 원인 바이러스의 이름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이기 때문이다. 독감이라는 명칭은 독한 감기라는 의미가 연상되는데, 감기common cold는 인플루엔자의 치명적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적절한 명칭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언론 보도나 정부 공식 문서에서도 독감이란 표현을 자제하고 대신 인플루엔자로 명칭을 통일하는 추세다. 나중에 공식적으로 배포되는 독감 예방 접종 포스터를 볼 기회가 있을 때 이를 눈여겨보면, 예외 없이 인플루엔자라고 쓰여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글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독감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인플루엔자라는 어려운 말 대신 독감이란 직관적인 단어를 더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인플루엔자’라고 검색하면 3백만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오지만 ‘독감’이라고 검색하면 그 두 배인 6백만 개의 결과가 나온다. 사람들이 ‘독감’이란 말을 ‘인플루엔자’라는 말보다 2배가량 흔하게 쓴다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의 검색 결과는 120만 개 정도지만, ‘독감 예방 접종’의 검색 결과는 390만 개로 무려 3배 넘게 ‘독감 예방 접종’이란 말이 더 자주 쓰인다. 오늘 글을 쓴 이유는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나는 일부러 ‘독감’이라는 단어를 써서 관심을 끌고자 했다. 독감의 실체가 인플루엔자라는 사실을 알리려고 해도, 어쨌든 독감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글이 읽혀야 할 것 아닌가. 이번 기회에 독감이 그저 독한 감기가 아니라, 감기와는 전혀 다른 인플루엔자라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겠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맞을 수 있는 독감 예방 접종은, 사실 전 세계의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서 이루어낸 소중한 현대 의학의 결실이다. 혹시라도 독감 예방 접종에 대해서 굳이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다면, 오늘 글을 읽고 10월이 지나기 전에 독감 예방 접종을 꼭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문헌

  1. 정희진, et al. “국내 계절인플루엔자 질병부담 및 계절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 평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보고서 (2010): 1-144.
  2. Park, Minah, et al. “Influenza-associated excess mortality in South Korea.”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50.4 (2016): e111-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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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본문 中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독감으로 2천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면서도 예방 접종률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 누적합계인가요? 해마다라고 하면 1년 집계로 보여집니다. 제가 아는 사실은 최근 ‘2015년 메르스 사태’ 시 38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 가장 큰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의료계 종사자는 아니여서… 인플루앤자는 38명이 독감은 2천명이 max수치에 들어가는것인지… @_@;; 1년에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것이 정말 맞는것인지 궁금해서 댓글 남깁니다.

    1.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정희진 등이 2010년 국내 최초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론을 적용해 독감 관련 사망과 입원 등 질병 부담 연구를 수행한 바에 따르면, 독감과 관련된 사망자 수는 연간 평균 전체 사망자의 약 1%에 달하는 2,370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최근에 WHO의 박민아 등이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독감이 2,900명의 국내에서의 초과 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독감으로 2천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다는 내용은 사실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실제로 위중한 문제보다는 언론이 집중하는 문제를 실제보다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비행기로 인한 사망률보다 훨씬 높음에도, 사람들은 비행기 여행을 할 때 더욱 긴장합니다. 자동차 사고보다는 비행기 사고가 뉴스에서 더욱 크게 다루어지기 때문이지요.

      아무쪼록 김명환 독자님의 궁금함이 해소되었길 바랍니다. 해당 내용은 본문에도 출처 표기 형식으로 추가하였습니다. 제 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중요한 질문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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