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졸음 쫓는 카페인 이야기

나는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예전에는 편의점의 우유 매대에 함께 놓여있는 2천 원 정도 하는 빨대 꽂아 마시는 커피를 주로 마셨다. 그런 커피는 우유 회사에서 스타벅스 같은 커피 브랜드와 기술 제휴로 만드는 게 많은데, 유통기한이 짧지만 캔커피보다는 조금 더 신선하고 맛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20년 정도는 그런 커피를 마신 것 같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커피 전문점에서는 잘 마시지 않는다. 적어도 내 돈 주고는 마시는 일은 거의 없다.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어디서 보니까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집과 일터를 대신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이라는 이상한 말도 하던데, 아무튼 집과 일터에 아무런 불만이 없는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그마저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방식을 좀 바꿨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동안 그런 커피 하루에 두세 잔씩 마신 거 다 합하니 대략 중형차 한 대 값은 뽑을 비용이 나오더라. 지금 타는 차도 중형차가 아닌데, 이게 무슨 낭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침마다 보온병에 하루 치 커피를 타서 길을 나선다. 네스카페에서 나온 콜드브루 두 포에 코스트코에서 산 메이플 시럽을 한 스푼 넣고 우유하고 찬물을 각각 150cc 정도씩 섞는다. 마지막으로 냉동실에서 얼음 하나를 꺼내 넣은 뒤 뚜껑을 닫고 두어 번 세게 흔들어준다. 이렇게 하면 대략 작은 커피잔으로 2~3잔 정도 나오는데, 내가 만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꽤 맛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줄 서서 마셨던 블루보틀 커피 못지않다. 무엇보다 뭐가 들어갔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커피 애호가씩이나 되는 건 아니다. 커피 원두가 어떻고 원산지가 어떻고 그런 거 전혀 모른다. 내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따로 없다. 그저 아침잠을 쫓기 위한 게 주목적이다. 점심시간 전까지 졸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점심 먹고 온 후에 밀려오는 졸음을 쫓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이들 가운데도 나처럼 커피를 각성제로 마시는, 아니 복용하는 사람이 꽤 되지 않을까 싶다.

커피를 마시고 잠을 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커피를 많이 마시면 막 흥분되고 어지러워서 힘들다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커피에 중독되는 것은 아닐까 종종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하루에 마시는 커피를 작은 잔으로 3잔 이상은 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다들 알겠지만, 커피의 졸음을 쫓는 효과는 카페인caffeine 성분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들어봤어도 이 카페인이 대체 무언지 정확히 알아볼 기회가 잘 없다. 원래 귀에 익숙한 것들 가운데 실상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많다. 다들 그렇다. 나도 그렇고. 그래서 재미 삼아 가볍게 카페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먼저, 카페인은 잠을 깨우는 효과가 있다. 그게 어째서 그런지 알아보자.

우리 몸에는 여러 신경 세포가 있는데 이들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란 게 있다. 이 가운데 아데노신adenosine이란 게 있다. 관련 전공자라면 들어봤을 수도 있겠지만 뭐 몰라도 상관없다. 아데노신이 신경세포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하면 신경 활동이 느려지고, 그 결과 사람은 졸리고 축 늘어지게 된다.

우리가 카페인을 섭취하면,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에 가서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아데노신은 신경에 결합할 수가 없게 된다. 야구 글러브로 야구공 하나를 잡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공을 잡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튼, 카페인이 자리를 차지하여 아데노신이 결합하지 못하면 아데노신이 있을 때의 반대 상태, 즉 깨어있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면 기분도 좋아진다. 왜 그럴까. 이건 도파민dopamine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도파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앞뒤 다 자르고 말하면, 도파민은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도파민도 여느 신경 전달 물질처럼, 그 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신경 세포에 위치한 수용체에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도파민의 수용체와 아데노신 수용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데노신이 수용체를 차지하고 있을 때 도파민은 자신의 수용체에 들어갈 수가 없다. 아데노신이 있는 동안 마치 주차브레이크가 걸린 것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도파민이 아무리 행복의 가속 페달을 밟으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러다가 카페인이 와서 수용체에서 아데노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 이 주차 브레이크가 풀리게 된다.

카페인이 졸음을 쫓는 효과와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를 살펴보면 대략 그렇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게 아니다. 커피를 계속 마셔도 되는가. 너무 마시면 나중에 끊을 수 없게 되는 게 아닐까. 뭐 그런 게 더 궁금한 내용 아닐까.

카페인 작용의 기본 원리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막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몸이 참 신비한 것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카페인을 쏟아부어서 아데노신 수용체를 막아버리면 새로운 아데노신 수용체가 비 온 뒤 버섯 올라오듯 슉슉 올라온다. 피로를 느껴야 잠도 자고 쉬면서 신체가 회복하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아데노신을 막아도 다시 그걸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새로 생긴다는 점이 참 기가 막히게 조화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커피를 끊는다거나 해서 카페인이 사라지면? 많아진 아데노신 수용체가 아데노신을 더욱 효율적으로 받아들여서, 평소보다 훨씬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데노신 수용체는 부족할 때 새로 생겼듯이 필요가 없어지면 원래대로 줄어든다. 그래서 커피를 끊었다고 해서 그 피로감이 무한정 지속하지는 않는다.

요약하면,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다가 끊으면 졸음이나 피로 같은 일시적인 금단증상을 겪을 수도 있지만, 금세 회복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더 졸릴까 봐 걱정이라서 안 마셔도 될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쉬는 날 마음 먹고 한번 끊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무언가에 의존한다는 건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졸음 쫓는 카페인 이야기”의 2개의 댓글

  1. 카페인.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러나 설명이 약간 부족한 듯 하여 아쉽네요. 여하튼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2. 저는 커피를 끊은지 3,4년 된 듯 싶어요. 믹스커피에 중독되다시피했는데 충격을 받고 단순간에 끊었는데 잘한 것 같아요. 덕분에 일찍 자고 새벽에 기상한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