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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동영상에 관하여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지 않는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어젯밤 충전기에 꽂아둔 스마트폰을 찾아서 집어 드는 일이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 동안 우리는 틈만 나면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출퇴근길 지하철 자리에 앉기 무섭게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식사할 때에도 잠깐잠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수시로 열어본다. 때로는 갑자기 궁금해진 내용을 검색해 보기 위해서, 또 때로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렇게 하루동안 우리 곁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스마트폰과 함께 촘촘하게 엮어간다. 그러다가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연결하며 손에서 내려놓는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만 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조사 결과 대상자 10명 가운데 5명이 스스로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이제 스마트폰은 그 사용 시간과 의존도 면에서 어떤 일상품도 넘볼 수 없을 정도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매여있으면서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다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말 그대로 그냥 시간 죽이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정보 대부분이 깊이 없고 신변잡기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카톡을 통해 쉼 없이 오가는 잡담, SNS에 올라오는 별로 가깝지도 않은 지인들의 일상, 스포츠 뉴스, 정치 싸움, 연예인 가십 등 지금 잠깐 눈길을 끄는 것 말고는 평생 쓸모없을 내용이 차고 넘친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낭비되는 시간의 상당 부분은 말 그대로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데 쓰인다. 이게 재미있을까 아니면 저게 재미있을까 알아보느라 대부분 시간을 소비하며, 정작 의미 있는 정보를 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쓰지 못한다. 결국,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시간의 상당수를 쓸모없는 쓰레기를 감상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 쓰레기를 찾아다니기 위해 사용하는 차마 웃지 못할 일들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하면 그럴 수도 없다. 이미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스마트폰에 낭비되는 시간이 많아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여름철 에어컨의 과도한 사용으로 전기가 낭비되니 에어컨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말과 같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면 차라리 현명하게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쓰는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면 좋겠다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을 쓸모있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한 개의 동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대략 10분 내외 길이의 이 동영상들은 내가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을 근거로 고르고 고른 것들이다.

  • 100년 후에도 다시 볼 만한 수준의 완성도.
  • 지식과 감성에 보탬이 되는 내용의 충실함.
  • 기존 통념에 질문을 던지는 사고의 신선함.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가치 있는 동영상을 찾아서 매일 아침 7시에 📺 시청록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고 있다. 이 동영상을 보는 동안만큼은 최소한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매일 스마트폰에 쓰는 시간 가운데 일부라도 유용한 목적으로 바꾸어갈 수 있다면, 그래서 스마트폰을 전보다 더욱 가치 있는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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