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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지 않는 연습

모으지 않는 연습

오늘날 전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손바닥 위의 작은 도구들로 연결되었다. 그 결과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삶의 기준들도 부지불식간에 무너지고 있다. 바로 어제까지도 예측하지 못했던 오늘을 살고, 오늘을 살면서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대다.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며 시작하자.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의 이야기다. 당시 그들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방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궁지에 빠진 그들을 구원해 준 것은 멀리있지 않았다. 때 마침 근처에서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두 사람은 여기에 참석한 디자이너 세 명에게 빈 방과 간이 침대, 그리고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한 명당 80달러를 받았다. 그 돈으로 밀린 방세를 해결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사업이 되었다. 둘은 회사를 세우기에 이른다.

8년 뒤 2016년 여름, 이 회사는 세계 1위의 호텔 체인 힐튼Hilton Hotels & Resorts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숙박 업체가 된다.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진,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엔비Airbnb, Inc.의 이야기다.

에어비엔비, 영어로 AirBnB는 공기를 불어넣어 형태를 잡아서 쓰는 간이 침대를 의미하는 AirBed와 아침을 의미하는 Breakfast의 줄임말이다. 집주인이 평소에 살고 있는 집에서 방 한 칸과 간이 침대, 그리고 아침 식사 정도를 제공하는 숙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사실 에어비엔비가 숙박 시설을 소유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하는 것은 쉽게 말해 민박 중개업이다. 집에 남는 공간이 있는 사람과 그 공간을 빌리고 싶어하는 사람을 연결한다. 그리고 에어비엔비는 10% 정도의 수수료를 거둔다.

여기서 에어비엔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들의 놀라운 성공 신화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상징하고 있는 ‘소유’에 대한 새로운 개념 때문이다. 에어비엔비는 이른바 공유 경제를 대표한다.

공유 경제는 쓰지 않고 있는 자원을 남들에게 빌려줌으로써 혹은 그 빌려주는 과정을 중개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재화가 먼저 그 대상이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집과 자동차다. 집을 공유하는 서비스인 에어비엔비와 자동차를 공유하는 우버Uber가 전세계 공유 서비스의 대표 사례인 이유다.

공유 서비스의 성장은 ‘소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결과다. ‘내 집’ 또는 ‘내 차’를 반드시 나와 가족들만 써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생각이었다. 반면, 공유 서비스는 내 물건도 얼마든지 남에게 쓰게 할 수 있고 그 대신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도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을 넘어서지는 않는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유 경제도 일시적인 현상일지 모른다. 21세기 초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유행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더 많은 ‘소유’를 위해서 뛰어다닌다. 인류 역사에서 잉여생산물이 쌓이기 시작한 이래,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 즉 소유는 준비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소유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문제는 지나칠 때 나타난다. 소유를 추구하는 것도 적당한 수준을 넘어서면 독이 된다. 소유에 대한 지나친 욕심, 달리 말하여 지나친 ‘소유욕’이다. 소유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과 ‘관계’에 대한 소유욕이다.

먼저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살펴보자.

남이 가진 물건은 나도 갖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런가 하면 남에게 없는 물건을 나만 갖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물건을 통해서 남과 같아지고 싶거나 달라지고 싶은 욕구, 방향만 다르지 결국 같다.

그 다음으로 ‘관계’에 대한 소유욕도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에 글 하나를 올리고 좋아요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지켜본다. 카톡을 보내고 숫자가 사라진 것을 지켜본 뒤에 왜 답장이 안오는지 기다린다. 이는 남의 관심을 잃지 않고 싶은 마음, 남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물건’ 대한 소유욕과 ‘관계’에 대한 소유욕은 언뜻 보면 다른 듯 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바로 그 기준을 내가 아닌 남에게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지만, 남은 스쳐 지나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오고 가는 것이 남이다. 소유욕은 이처럼 부질없이 변화하는 남이라는 기준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충족될 수 없다.

『모으지 않는 연습 원제 : ためない練習 | 나토리 호겐 지음 | 이정환 옮김 | 세종서적 | 2016년 11월 11일 출간』 저자 나토리 호겐名取芳彦은, 이와 같은 소유욕을 훌훌 털어버리라고 조언한다. 모든 것은 변하며 영원한 것은 없다 뜻의 불교의 가르침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소개하며, 변화하여 사라질 것에 마음을 두는 소유욕은 결국 허무함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모으지_않는_연습

불교적 세계관이 드러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저자는 불교 승려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산중턱의 고즈넉한 절에서 속세와 인연을 끊은 삶을 살지는 않는다. 저자가 속한 종파에서는 승려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다고 한다. 보통 사람과 어울리는 세속적인 생활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승려가 쓴 것 같지 않았다. 그보다는 소비심리학을 전공한 보통 사람이 쓴 글 같았다. 종교인 특유의 뻣뻣함 없이 힘을 빼고 쓴 글이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저자가 직접 작사한 ‘물건을 사기 전에 부르는 노래’가 인상적이다. 노랫말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거의 다 담겨있다. 반복되는 후렴구를 걷어내고 옮겨 적으면 아래와 같다.

하나,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도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라.
둘, 내키지 않는데 상황에 휩쓸려 구입하면 후회하니까 사지 마라.
셋, 한창 유행인 물건, 유행이 지나면 단순한 쓰레기다.
넷, 혹시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라.
다섯, 지금 즉시 사용할 물건이 아니면 다음에 구입하라.
여섯, 무리해서 구입하지 말고 돈이 없다면 포기하라.
일곱, 없어서 곤란한 물건이 아니면 그냥 참아라.
여덟, 아무리 가격이 낮아도 필요 없으면 무시하라.
아홉, 한정상품이라는 광고문구에 현혹되지 마라.
열, 구입해서 놓아둘 장소가 없다면 쳐다보지도 마라.

저자는 친절하게도 위 노랫말에 저작권 따위는 없다고 명시했다. 소유욕을 지양하자는 저자의 주장과 결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지그시 눈을 감으니, 무엇을 소유한다는 말의 부질없음이 새삼 느껴졌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내가 무언가를 소유한들 그것이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

사물이나 인간 관계 등 세상의 모든 것은 쉬지 않고 변화한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지금 당신이 놓인 상황을 1년 전에 얼마나 예상하고 있었나. 만나는 사람, 지내는 장소, 하는 일, 앞에 놓인 중요한 목표. 아마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는 거의 대부분 예상하지 못한 것들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부터 1년 뒤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것을 예상할 수 있겠는가. 막연히 현재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미래를 결코 예상할 수 없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그 무엇도 진정으로 소유할 수 없다. 소유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다. 따라서 집착할 필요가 없다.

원래 내 것도 없지만, 앞으로 계속 내 것일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내가 잠시 빌려쓰는 것 뿐이다. 소유에 집착한다는 것은 항상 변화하여 그 자리에 없을 무언가에 마음을 두는 것 만큼이나 부질없는 일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가 말했듯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집착하는 것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그고자 애쓰는 것처럼 미련한 일이다.

“모으지 않는 연습”의 6개의 댓글

  1. 좋은글 감사합니다. 소유욕 이전에 집착을 버리면 소유욕 또한 조절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철 스님의 무소유 라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한 부분을 소유 하는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항상건강과 축복과 평화가 늘 곁에 있기를 기원합니다.

  2. ‘물건’ 대한 소유욕과 ‘관계’에 대한 소유욕은 언뜻 보면 다른 듯 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바로 그 기준을 내가 아닌 남에게 두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아 미니멀 라이프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이 책도 그런 부류겠지 싶어서 눈여겨 보지 않았었는데요
    읽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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