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잠으로의 여행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일생동안 평균 26년을 자면서 보낸다고 한다. 잠은 공부나 일 그 어떤 것과 비교해도 단일 행위로는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잠을 잘 자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잠 부족 국가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18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이들 국가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22분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잠이 많은 어린이까지 통계 대상으로 잡기 때문에 실제 수면 시간과는 차이가 있다. 성인 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면 시간은 7시간이 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2013년 19살 이상 성인 남녀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을 보면 평균 6시간 35분이었다.

성장제일주의가 지배해온 우리 사회에서 잠이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잠은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방해꾼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잠을 줄이고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만 시간을 값어치 있게 쓴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음 편히 자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그 잠과 맞바꾸게 될 성장의 기회가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당신에게 잠이란 무엇인가. 따뜻하고 달콤한 휴식인가, 아니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은 당신을 방해하는 걸림돌인가. 수업을 듣거나 일할 때에는 잠을 이기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다가도, 밤이 되면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인 적이 없었는가.

잠을 잘 자고 싶은 희망과 그것을 방해하는 초조함. 이 모든 문제의 뿌리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는 것일까. 깨어있을 때는 왜 졸음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잠시 당신의 일상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자. 아침 일찍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조금 더 침대에 머무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깨닫고 마지못해 일어난다. 팍팍한 출근길을 뚫고 일터로 향한다.

오전 시간 때때로 졸음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애써 졸음을 물리친다. 점심 식사 후에는 그 졸음이 한층 더 강력해진다. 중간 중간 커피 같은 각성제의 도움을 얻어가며 퇴근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힘겹게 하루 일과를 마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다. 더 늦게 잤다가는 내일 일어나는데 지장이 있다고 느낄 때 쯤 잠자리에 든다. 부디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기를 바라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이 하루 일과, 특히 아침부터 각성 상태로 쉬지 않고 일하고 밤에 몰아서 자는 생활 방식에 우리는 익숙하다. 하지만,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 원제 : The Secret Life of Sleep | 캣 더프 지음 | 서자영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04월 27일 출간>의 저자 캣 더프Kat Duff에 따르면 이렇게 밤에 몰아서 잠을 자는 것은 아주 최근에 자리 잡기 시작한 방식이라고 한다.

밤에 몰아서 잠을 자는 방식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사람들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한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는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온전히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전의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은 밤에 몰아서 잠을 자지 않았다. 산업화 시대 이전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에 나누어서 잠을 잤다. 우리가 오후가 되면 나른해지고 잠이 오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몸에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밤에 몰아서 자는 잠’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다.

행복한_잠으로의_여행독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이제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번에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을 읽으면서도 그런 즐거움을 느꼈다. 잠에 대해, 깨어있음에 대해, 그리고 그 중간 지대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한편 저자는 잠을 방해하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에디슨이 전구를 보편화한 이래로 사람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간 활동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된 이런 변화가 이제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가져오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잠을 방해하는 것들은 최근 더욱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은 스마트폰 같은 통신 기술을 통한 상호 접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직장에서 날라온 이메일이나 친구가 보낸 카톡 알람 소리는 한 순간도 당신을 홀로 쉬게 놔두지 않는다.

이처럼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해를 끼치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손상시킨다.

내가 어릴 적에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던 일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냥 맑은 물이 주스나 탄산음료처럼 패트병에 담겨서 수퍼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품을 보면서 유난스러운 일부 사람들의 일시적 유행이라고 생각하거나 ‘세상이 어떻게 되려나’ 하면서 한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예전에는 길을 가다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감기에 걸려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남들과 달라보이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도 작용을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바로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생수와 길거리에 부쩍 늘어난 마스크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물과 공기라는, 애초에 우리가 자유롭게 누릴 수 있던 것, 즉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현실’이다. 우리는 공짜로 누려왔던 물과 공기를 얻기 위해서 어느덧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비슷한 일이 우리의 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카페인이 듬뿍 든 커피를 마시는 것. 불면증으로 뒤척이다가 결국 수면제 한 알을 삼키는 것. 이것들도 결국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현실’이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우리는 생수를 사먹으면서 예전처럼 마음놓고 물을 마실 수 없게 된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유달리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날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면서 우리는 중국의 공장을 떠올리며 분개하거나 디젤 자동차가 넘쳐나도록 방조한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그러나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출근한 회사에서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낼 때, 우리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불면증으로 밤새 뒤척이면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왜 그래야 하는가.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말이다.

잠을 하찮게 여기고 깨어서 일하는 것만을 높이 평가하는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 가학적 사고방식의 뿌리로 거슬러 가면, 결국 사람을 도구로 여기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잠을 잘 수 없는 극단적인 사회 구조는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처럼 함께 고쳐나가야 할 병폐이다.

잠은 일하기 위해서 쉬는 시간도 아니고, 일하는데 방해되는 불필요한 시간은 더더욱 아니다. 다른 것과 맞바꿀 수 없는 삶의 소중한 즐거움이다. 행복한 잠을 자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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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0일 오전 7시에 공개됩니다.)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에 대한 6개의 생각

  1. 당연한것을 당연하게 누리지 못할때 저 또한 많이 힘들었습니다.
    또한 당연한 생활의 패턴을 놓치고 괴로움속에 살며 후회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의 행복을 놓쳐서는 안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옛날 어른들이 잠을 잘자야
    건강하게 오래산다고 하던데
    갱년기를 겪으면서 깊은잠을
    못 자는것이 고통스럽네요.
    아주 가끔은 수면유도제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
    잘 자는것이 행복이라는걸
    요즘 깨닫습니다.

    잘봤습니다~~^^

    1. 잘 자는 것의 소중함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는 평범한 것이 사라졌을 때에야 그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잘 자는 것이 행복한 일상의 근간이 되지 않을까요. 귀한 시간 글을 읽고 소감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3. 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고….행복한 잠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함께 해봅니다
    항상 감사드리면서……

    1. 잠을 줄여가며 피로에 절어 살아가는 삶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단 한번뿐인 삶,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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