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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미래

구글의 미래

권력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정의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권력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타인에게 원치 않는 일을 하도록 복종시키고 지배할 수 있는 힘’이다. 쉽게 말해서 남을 뜻대로 억누를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권력은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권력은 ‘타인이 자발적으로 어떤 일을 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이것은 기업의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각각의 시대마다 가장 규모가 크고 힘이 셌던 기업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자. 그 기업이 정상의 위치에 서게 된 밑바탕에 어김없이 사람들의 자발성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거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 사람들의 돈을 강탈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공장을 돌리고 차를 굴리기 위해서 석유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이 생산하는 석유를 원했기 때문이다. 애플Apple inc.이 세계 최대의 기업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사람들의 돈을 억지로 빼앗은 것이 아니다.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에 매료된 이들이 신제품이 출시되기 무섭게 매장 앞에서 줄을 서가며 자발적으로 구입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절실히 원하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그것을 제공한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권력을 얻을 수 있다. 반드시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그들이 만약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인데, 사람들은 그 불편을 감당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기업이 갖는 권력의 본질은 그들이 거둬들인 돈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우수한 제품으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업이 지닌 권력의 본질이다.

올해 2월 구글Google inc.의 모기업 알파벳Alphabet inc.은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올랐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기업이 구글이란 뜻이다. 달리 해석하면, 구글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가장 성공적으로 널리 제공한 회사라는 의미도 된다. 구글의 제품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결국 구글을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로 만들었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다. 검색은 지금까지도 구글의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검색 엔진을 개발했던 1990년대 후반, 검색은 주류 인터넷 기업들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야였다. 당시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야후Yahoo inc.는 첫 화면에 다양한 광고와 정보를 담고 있는 포털 사이트였다. 일종의 온라인 전단지 같은 형태로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다음의 첫 화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방식은 사람들이 그 사이트에 더 많이 머물수록 광고를 접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당시 주류 인터넷 기업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이트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구글의_미래

반면에 구글은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서 순식간에 나열해준다. 방문자는 원하는 내용을 찾으면 바로 구글을 떠나게 된다. 방문자 입장에서는 구글의 방식이 원하는 정보를 찾기에 더없이 편리하지만, 사이트에 사람들을 묶어두고자 하는 인터넷 기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기능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자신들이 발명한 검색 기능을 야후에 팔려고 했다. 하지만 ‘사이트에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야후 경영진이 이를 거절했다. 그 결과 두 창업자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사업화하기로 하였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구글이다.

이후 구글은 오로지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검색을 만들기 위해 집중한다. 그 결과 방문자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구글을 기억했고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자발적으로 구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의 80% 이상이 구글을 쓴다고 한다. 사람들의 만족을 최우선에 두고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구글을 선택한 것이다.

오늘날 구글은 검색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Android,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Youtube, 지도 서비스 구글 맵Google map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은 미래를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흔히 무인 운전으로 불리는 자율 주행차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실험적 사업들이 구글이라는 빙산의 수면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의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 특파원 토마스 슐츠Thomas Schulz는 『구글의 미래 원제 : What Google Really Wants | 토마스 슐츠 지음 | 이덕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05월 30일 출간』에서 구글이 창업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룬다. 저자는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츠Eric Schmidt를 비롯한 구글의 수뇌부를 비롯하여 40여 명의 구글 핵심 관계자를 인터뷰할 기회를 얻어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대우이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회사가 흔히 그렇듯 구글은 그동안 내부 사정을 공개하는데 매우 인색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받았다는 것은, 저자가 구글의 입장을 전하는 역할을 요청받았을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구글의 정보 수집이나 신기술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덜어주고자 하는 노력들이 책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글의 미래』를 통해서 우리는 구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구글이 그저 그런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은 사람들의 일상에 이미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 관련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구글이 어떤 회사인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글은 어떻게 20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이처럼 큰 영향력을 가진 회사가 되었을까. 저자는 그 비결로 이른바 ‘10배 철학’을 소개한다. 구글은 10%가 아니라 10배 훌륭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10% 성장을 높게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1960년대에 달에 사람을 보낸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에서 유래한 ‘문샷Moonshot‘ 사고도 ‘10배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10배 철학’은 구글의 세계관인 동시에 행동 지침이다. ‘10배 철학’을 통해서 구글이 이루고자 하는 비전은 무엇일까. 구글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의 말에 그 비전이 잘 나타나있다.

“우리의 임무는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 하여 모든 사람이 접근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서 구글이 만들고 있는 것들을 살펴본다. 구글은 검색을 비롯하여 안드로이드, 크롬Chrome 등의 주력 제품을 비싼 돈을 들여서 개발한 후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준다. 이들은 한 가지 공통된 목표를 가진다. 바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도록 하는 것이다.

왜 구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일까. 그 이유는 구글의 주된 수익원이 온라인 광고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구글을 이용할 것이고 그 결과 구글의 수익도 올라간다.

하지만 구글은 자신들이 수익을 추구하는 이유가 돈 자체는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현실적인 자금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구글의 수익원들은 혁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구글이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을 살펴보자.

우선 구글은 전세계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성층권에 기구를 띄워서 와이파이WiFi를 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 전파나 레이저로 데이터를 보내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검색 엔진과 기계 번역은 음성 인식 기술에 힘입어 사람이 편하게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례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문단 전체가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해서 입력한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딥 러닝Deep learning이란 기술이 중심에 있는데, 이것은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인공지능 기술이다. 최근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알파고AlphaGo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딥 러닝이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로 시작한 안드로이드도 변화를 맞게 된다. 안드로이드는 앞으로 스마트폰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기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사람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맡은 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른바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서 안드로이드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사물 인터넷이란 모든 물건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구글이 제공하는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과연 좋은 점만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구글은 사람들의 욕구를 정확히 짚어내어 제품을 개발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구글의 제품을 선택해서 그들의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술이나 담배가 그렇다. 중독성이 있는 이것들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이끌어내지만, 그 결과 사람들은 건강을 해치게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구글도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사람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

이것은 인공지능과 관련이 깊은 현상이다. 인공지능이 기존의 사람의 역할을 대체함에 따라서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기본 소득 보장과 같은 대안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참조].

뿐만 아니라 구글의 편리함 때문에 우리의 사고력과 기억력이 퇴화할 수 있다. 다양한 자동화 서비스는 사람들이 생각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설계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든다.

둘째, 개인 정보가 민간 기업의 손에 들어간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구글의 관계자들은 돈보다 더 큰 이상을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결국은 사람을 고용하고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인 정보가 구글의 손에 들어가면 언제든 이것이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오늘날 많은 민간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돈을 벌려고 하다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구글이라고 항상 도덕적이란 보장은 없다.

셋째, 시스템상의 작은 문제가 전지구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이 추구하는 목표들 중에는 전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도 있다. 이것은 효율성과 편리성을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한 군데서 일어난 작은 문제, 예컨대 시스템 오류나 바이러스 공격이 네트워크를 타고 일파만파로 퍼져나갈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한때 도전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구글이 어느덧 세계 최대의 기업이 되었다. 그들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하여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화하여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그들의 목표에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글이 이룩한 성공 만큼이나 그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우려의 핵심은 구글이 너무 많은 것을 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면에, 우리는 구글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단편적인 예로, 래리 페이지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임에도 그의 가족과 관련된 정보는 철저히 보호된다. 특히 그의 자녀의 이름이나 사진 등의 정보는 인터넷에서 결코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정보에 접근 가능한 세상을 만든다는 구글의 창업자이지만 정작 본인의 사적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지메일Gmail로 사적인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구글 포토Google photo에 일상이 담긴 사진을 올리는 우리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스마트폰은 구글의 서버에 당신의 위치를 보고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가진 함의를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도 구글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과연 생각대로 우리를 위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원할 때는 언제든 구글의 서비스를 거부하고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평온한 시대에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급변하는 시기가 오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곤란한 상황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의 주도권은 남이 선물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구글을 알고 쓴다면 ‘구글이 우리의 도구’지만, 모르고 쓴다면 ‘우리가 구글의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글의 미래”의 3개의 댓글

  1. 구글과 같은 기업들에 의해서 세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목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는 지도 모르죠. 혁명이 일어나 사람들이 할일을 기계나로봇들이 대신 한다면 편안하고많은 위험들도 사라지겠지만 사람에대한 소중함도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세상 올까봐 겁나네요. 발전에 앞서서 개인의 자존감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대비가 꼭 있었으면 하네요.

  2.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정보화시데에 음미하며 살아가야할 내용입니다 좋은 글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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